흑13에서 백18까지는 정석화 된 절충이다. 조훈현과 이창호가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만들어낸 패턴인데 그 과정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조훈현이 어린이대회를 참관하다가 초등학생 하나가 이 패턴을 선보이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는 것. 초기에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6까지가 정석으로 통했으나 곧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흑23의 방향은 이것이 정수. 앞에 소개한 조훈현전에서도 등장한 바로 그 형태이다. 아마추어들 가운데는 우상귀의 실속을 백에게 내주기 싫다고 참고도2의 흑1 이하 11로 두는 사람이 많은데 이 진행은 흑이 덤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검토실에서는 여전히 장쉔 8단이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프로의 길은 접고 내조만 하실 건가요?” “천만에요. 제가 얼마 전에 녜웨이핑 9단에게 이긴 것 모르세요?” “남편이 국제 기전에서 자꾸 지는데 슬럼프 아닌가요?” “지난 달에 LG배에선 조치훈9단을 백으로 꺾었답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