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맞물려 내수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지난해 부가가치세 국내분이 2년 새 3분의1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되는데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부가세 세수 확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재정건전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가세 국내분 세입은 지난 2009년 12조6,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8조8,000억원, 2011년에는 3조9,551억원까지 추락했다. 이는 국세청이 국세통계를 통해 공개한 1995년 이후 부가세 징수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최저치다.
아울러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인 2008년의 5조2,000억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가세 국내분은 해외수출에 따른 환급액을 제외한 금액이어서 내수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지표 역할을 한다. 재정부 측은 기술적인 문제일 뿐 국내분과 수입분을 합친 부가세 총 세수는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부가세 수입분은 이 기간에 39.5% 증가(2009년 34조3,639억원→47조9,518억원)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부가세 국내분이 감소한다는 것은 내수경기가 그만큼 어려웠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가세 수입분이 국내분 감소를 메워줬지만 수입물량 상당액은 가공수출을 하기 위한 원자재ㆍ부품들"이라며 "수출이 둔화되면 수입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가세 세수 확보가 경기침체뿐 아니라 고령화로 구조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다. 최준욱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고령화로 부가세(GST)를 면세 받는 소비 비중이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GST 비중이 0.3%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 위원은 "부가세가 과세되지 않는 의료지출의 GDP 대비 비율이 (고령화로 인해) 약 5%포인트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GDP 대비 부가세 수입은 0.5%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세수 확보 위협에도 정부는 당장 부가세 세수 확보를 위한 구조개편을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임기 말이라는 물리적 한계도 있고 물가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세제개편에서 부가세를 크게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국제 추세에 따라 과도한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부가세 등을 통해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더구나 저출산ㆍ고령화로 눈덩이처럼 늘어날 복지재정 수요를 감안하면 부가세 확충방안 마련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늦어도 차기 정부 출범 초부터 부가세 개편에 착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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