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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아름다워 더 서글픈 '역사의 상흔'- 제주 '모슬포'

日帝때 '알뜨르 비행장' 감자밭으로 변모 '섯알오름' 탄약고 터엔 희생자 넋 숨쉬는 듯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근처에는 총 19개의 격납고가 산재해 있다.

일제가 군사용으로 만든 가마오름 땅굴 진지 내부.

아름다워 더 서글픈 '역사의 상흔' [리빙 앤 조이]제주 '모슬포' 기행日帝때 '알뜨르 비행장' 감자밭으로 변모 '섯알오름' 탄약고 터엔 희생자 넋 숨쉬는 듯 제주=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근처에는 총 19개의 격납고가 산재해 있다. 일제가 군사용으로 만든 가마오름 땅굴 진지 내부. 관련기사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 구멍위로 솟구치는 손맛 '얼음낚시' • 얼음낚시 장비 구입요령 • 지역별 얼음낚시 축제 • 가볼만한 얼음낚시터 • 아름다워 더 서글픈 제주 '모슬포' • 이영근 평화박물관장 인터뷰 • '비구면 렌즈 삽입술' 첫 선 • 라이브의 여왕 '이은미' • [호텔 나들이] 롯데호텔제주 外 신혼부부가 손을 맞잡고 유채꽃 사이를 달린다. 조랑말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노닌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제주의 이미지는 ‘신혼부부의 섬’이요, ‘낭만의 섬’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유채꽃에는 한(恨)이 서려있음을 아는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구석구석에는 역사의 상처가 베어있다. 한 서린 제주 역사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바로 제주 남서부에 위치한 모슬포다. 추사 김정희가 9년 넘게 유배생활을 한 곳이며 100여년 전 ‘이재수의 난’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추사의 유배 흔적이나 이재수 난의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사의 상처는 바로 일제가 할퀴고 간 흔적이다. 알뜨르 비행장이 대표적이다. ‘알뜨르’는 ‘아래쪽 들녘’이란 뜻의 제주 방언. 이 들녘은 ‘제주에 이렇게 넓은 평야지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꽤 넓다. 해질녘 바라보는 활주로는 평화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곳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역사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군의 중국 본토 침략을 위한 발진 기지였다. 지금은 제주 아낙네들이 감자를 캐는 한없이 평화로운 곳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감자 캐는 아낙네들 너머로 둔덕 모양의 시설물들이 간간히 보인다. 이것들의 정체는 바로 비행기를 숨겨두는 격납고(格納庫)다. 이곳에는 당시 일본군이 만든 20개의 격납고 중 19개가 그대로 남아있다. 일명 ‘빨간 잠자리’로 불리던 항공기를 감추기 위한 시설물이었다. 인근 섯알오름에는 일제가 비행장 탄약고로 사용한 곳이 있는데, 이곳은 해방 후 더 끔찍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후 예비검속으로 1950년 8월 20일 무려 252명의 무고한 마을주민이 학살된 것. 현재 4.3 유적지 정비사업이 한창인 이곳에서는 아직도 탄약고 잔해와 함께 당시 희생자의 유골이 발견되고 있다. 마냥 아름다워보이는 근처 송악산 주변 해안에도 역사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드라마 대장금 촬영 현장’이라는 게시물. 드라마 촬영 장소답게 그냥 보면 한없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곳에 서린 이야기를 듣고 나면 몸서리가 쳐진다. 송악산 해안절벽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굴이 있다. 언뜻 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연 굴이 아니다. 일제의 자살특공어뢰정을 숨겨놓은 인공 굴이다. 이곳에 숨긴 자살어뢰정의 이름은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의 ‘카이텐(回天)’. 하늘의 자살특공대 이름인 ‘카미가제(神風)’보다 더 섬뜩한 이름이다. 끔찍한 과거의 흔적은 이뿐만 아니다. 알뜨르 비행장 주변에는 지하벙커, 관제탑 등이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으며 인근 셋알오름에는 고사포진지, 고사기관총진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렇게 제주에서는 아직도 ‘여명의 눈동자’가 끝나지 않았다. 자, 이번 제주 여행에는 가이드북 대신 제주 출신 소설가인 현기영의 자전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겨진 한 서린 역사를 몸소 체험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는가. 입력시간 : 2008/01/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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