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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류 시장이 올봄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위스키 시장을 보드카와 수입 맥주가 대체한 가운데 올 봄 일찌감치 보드카와 맥주 신규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앱솔루트' 독무대였던 보드카 시장은 올해 디아지오코리아의 '스미노프'를 비롯한 신규 후발주자들의 공세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예상되고 있다. 맥주 시장에서는 롯데와 신세계 등 새로운 주자들의 등장과 더불어 신규 수입 맥주가 도입돼 역대 가장 화려한 주류 경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보드카 판매량은 2012년보다 2배나 늘어난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도 17.8% 증가한 1만9,130상자(상자당 9ℓ)를 판매하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말 13개였던 보드카 브랜드는 그레이구스, 스톨리치나야, 러시안 스탠다드, 벨루가, 핀란디아, 단즈카 등이 가세하며 2013년 말 20여개로 늘어났다.보드카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보드카 시장은 글로벌 1, 2위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의 스미노프와 페르노리카의 앱솔루트가 본격적인 대결에 나서고 프리미엄 보드카 시장이 열린다는 게 관전 포인트다. 국내 보드카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앱솔루트가 67.3%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스미노프가 20.8%로 힘겹게 뒤쫓고 있는데 디아지오가 올해 스미노프 띄우기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따라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말부터 스미노프 칵테일을 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용기를 음료와 함께 디자인한 '스미노프 타워'를 판매하며 레시피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또 이달 말 박재범과 손잡고 젊은 층의 패션 아이템인 스냅백을 제작해 선보이는 한편 홍대나 이태원 등 보드카 소비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스미노프 파티도 기획 중이다. 앱솔루트는 다양한 패키지 라인업을 통해 1위를 수성하겠다는 각오다. 올 들어 복숭아 맛의 '어피치'와 사랑과 정열의 감정을 강조한 '라즈베리'를 출시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아사이와 블루베리, 석류가 블렌딩된 제품의 특징을 살린 보라색의 '베리 아사이'를 선보인다.
후발주자들은 앱솔루트보다 2배 이상 비싼 프리미엄 보드카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글렌피딕'을 수입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이달 중순 북극해의 화산섬인 아이슬란드의 용천수를 사용해 하나의 단식 증류기에서 수제로 소량 생산되는 7만원대 프리미엄 보드카 '레이카'를 선보여 기존 강자와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맥캘란'을 수입 유통하고 있는 에드링턴코리아는 오는 5월 영국산 수작업 프리미엄 보드카 '스노우레퍼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맥주 시장도 사상 최대의 치열한 격전이 예고돼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4월 출시를 목표로 프리미엄급 라거 맥주 출시 채비를 마쳤다. 롯데의 기존 유통망과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한 수입맥주 유통망을 활용하면 빠른 시일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신세계푸드도 최근 '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해 맥주 사업 진출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가 연내 에일이나 필스너 등 소규모 투자로도 쉽게 내놓을 수 있는 하우스 맥주로 맥주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OB맥주는 이달 말 새로운 에일맥주 2종을 선보이는 한편 모기업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가 보유한 200여종의 다양한 맥주를 순차적으로 국내에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수입 맥주의 강자 사브밀러는 국내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각국 대표 맥주 브랜드를 올해 연이어 론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를 유통하는 브루클린브로이코리아는 이달말 제주개발공사와 200억원의 투자계약을 맺고 제주도에 맥주 생산공장을 설립해 제주산 보리와 제주 화산 암반 지하수를 활용한 에일·라거 등 3종의 맥주를 이르면 오는 11월 론칭한다. 앞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도 지난해 베어비어 맥주의 성공적인 론칭에 힘입어 최근 독일 밀맥주 클라세로얄헤페 판매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는 점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올해 주류업계의 최대 호재인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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