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르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6일에는 오전부터 예비전력이 급강하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전력 수요는 오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전 력수요는 피크타임인 오후2시부터 5시에 가장 많이 몰린다. 지금까지도 이 시간대 예비율이 가장 떨어지는 패턴을 보여왔다.
6일은 달랐다. 오전부터 전기 수요가 계속 늘었다. 정부는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인 상황이 20분 이상 지속되자 오전10시17분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과 다른 것이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예전과 다른 패턴"이라며 "평소와 다른 점은 올림픽을 한다는 점인데 새벽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을 계속 유지하는 관성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력수요는 계속 늘어 오전11시5분에는 전력경보 '주의'가 발령됐다. '주의'는 예비전력이 200~300만kW일 때 나오는 것이다. '주의'가 발령된 것은 지난 9ㆍ15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점심시간 때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력난은 오후1시 이후 다시 심화하기 시작했다. 오후1시20분 300만kW대로 떨어지더니 오후1시40분에는 298만kW로 200만kW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적극적인 수요관리와 전압하향 등으로 다시 예비전력은 오후3시 들어 330만kW로 높아졌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전력난에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을 알려주는 전력거래소 홈페이지(www.kpx.or.kr)도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난이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리 1호기 재가동으로 58만kW의 전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휴가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전기 수요량이 늘어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올해로 보면 13일부터 2주 정도가 가장 전기 사정이 어렵다고 본다"며 "수요관리를 하지 않으면 예비력이 150만kW밖에 안 된다"고 했다. 홍 장관은 이어 "폭염이 지속되면 예비력이 제로에 가까운 단계가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일주일 이상 빨리 온 게 오늘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가 돼 순환정전이 이뤄지는 상황에 대비해 이를 사전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지난해 9ㆍ15 정전도 예비력이 100만kW 밑으로 낮아져 '블랙아웃'이 온 것이다. 당시에는 순환정전이 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못했지만 이에 대한 준비책을 만들어놓았다는 얘기다. 이번달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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