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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토머스 번 무디스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日 경제 개선안되면 한국에 불똥 튈수도""일본 경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한달 내에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내릴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에 일본이 금융시스템의 위기에 빠졌을 때 한국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는 바람에 한국 외환위기의 한 요인이 됐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일본이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노출돼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인베스트먼트 서비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한국의 경제 전망이 좋기 때문에 최근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상향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애널리스트로서 한국의 정치상황, 경제구조를 훤하게 꿰고 있었다. 그는 연말 대선에서 어느 당의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건실한 경제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ㆍ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인근 무디스 본사를 찾아 그를 만나보았다. -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상향조정했는데요. 한단계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두 단계를 올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한단계 올릴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경제 전망이 좋기 때문에 두 단계 올리기로 했습니다. 기술적인 이유도 있습니다만, 진짜 이유는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점이지요. 신용평가란 원래 미래의 가능성을 재는 것입니다. 우리가 관찰한 것은 두 가지 측면입니다. 첫째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한국은 안정적인 외환 관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둘째, 수면 아래에서 경제 개혁이 많이 진척돼서 금융기관의 문제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한국 경제에 많은 진전이 있었기 때문 외환 위기 때 잃어버린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습니다. 몇 가지 흠이 있긴 하지만 한국 경제는 소비자와 기업인들로부터 높은 신뢰감을 형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 성장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본 경제가 취약하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넉넉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서 일본으로 인해 발생할 충격을 완화할 여유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97년에 일본 은행들이 해외에 빌려준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 은행들이 또다시 해외의 우량 대출을 회수해서 국내 악성 자산을 정리하는데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지난 97년 때보다는 크지 않으리라고 보지만, 유의해야 할 대목입니다. -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최근에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습니다. 무디스도 일본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98년에 먼저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신용평가회사입니다. S&P가 내린 등급은 우리가 앞서 내린 등급과 같습니다. 무디스는 최근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임을 경고한 바있습니다. 이를 '하향조정 가능성(possible downgrade)'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본의 경제 여건이 아주 악화하고 있고,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이미 경고했고, 한달 이내, 즉 내달 초에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내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래도 일본 경제의 방향이 추가로 악화할 경우 우리의 신용등급 조정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일본 경제를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시사해왔습니다. 일본의 여건이 아주 불안하기 때문에 신용등급 조정도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 한국 경제가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까. ▦금융부문의 애널리스트로서 뱅킹 시스템에서 부동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합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고 볼수 있지만, (주택시장에 대한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작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동산 담보 대출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서 거품이 형성된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직은 긍정적입니다만, 우리는 주택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흘러나갈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최근 급등했습니다. 그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그동안 한국 증시가 저평가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거품에 대한 관심은 정책당국자들이 잘 대처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최근의 보도를 보니까,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하던데, 그런 것들입니다. -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스템에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추진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는 한국 뱅킹 시스템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낮은 수준에 있습니다. 은행 구조가 아직 취약하고, 대부분의 은행이 국유화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메이저 은행 가운데 하나만 외국에 매각했습니다. 또다른 한 은행을 매각하지 않은 것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서울 은행을 말하는 것인데, 정부가 지난 97년 이 은행을 국유화해서 아직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진념 전 재경부 장관이 와서 서울 은행 매각을 감독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국 은행시스템이 개선되고 있고, 개별 은행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우량 은행들이 요즘 재벌 그룹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은행들이 대우와 같은 재벌 위주로 대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지요. 우량은행으로 꼽히는 국민은행의 경우를 보면 주택 융자나 개인 대출에 중점을 두고 있질 않습니까. 한국 경제는 과거에 과잉 투자로 인해 롤러코스트처럼 붐-버스트(boom-bust)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부동산과 개인 소비로 대출이 가는데, 이 분야가 바로 투자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경기 과열과 붕괴의 양식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여전합니다. ▦기업 지배구조란 다루기 어려운 이슈입니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한국 경제가 영위해온 문화적 요소가 개입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감독위원회라는 새로운 조직이 신뢰성을 가지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왔습니다. 한국의 기업 구조에 상당한 진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소액주주들을 모아 중요한 이슈에 자문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 교수는 아직도 한국 기업에 관해 비판적이지만, 최근에 만나보았더니 많은 발전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한국에서 재벌도 해체하질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재벌그룹의 상호지분 참여가 제한되고, 계열사간 상호 지급보증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의 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지난번 대선때는 한국이 외환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번 대선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아직 선거가 1년이 남아 유동적 상황이질 않습니까. 집권당에서 선두주자였던 이인제 후보가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진보적 자유주의자(liberal left)'로 보이는 노무현 후보가 집권당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는 떠오르는 스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이전에 장기 집권했던 야당에서도 후보가 나올 것입니다. 두 당이 선거전까지 여러가지로 경쟁을 하겠지요. 중요한 것은 어느당에서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든지 간에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건실한 경제 정책을 지속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 진념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기지사 선거를 위해 최근 사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논란이 많은데요. 그의 사퇴를 어떻게 보십니까. ▦진 전부총리가 최근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무디스 사장을 만나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단언컨데 무디스의 사장이 신용평가 위원회를 주관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무디스 사장이 신용평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저는 얼마 전에 서울에 가서 진 전장관을 만났고, 그전에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이건, 뉴욕이건, 또는 제3국에서 재경부 관리들과 만나 중요한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그가 재경부 장관을 할 때 금융 기관의 구조가 많이 개선됐고, 투명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서울은행, 현대투신, 한보철강이 안팔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한국의 재경부는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지만, 새로 임명된 부총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주요은행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앞으로 3년내에 정부 지분을 매각, 민영화한다는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슈입니다. 새로운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요. (그는 진장관의 지사 출마에 대해 직접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한국에선 하이닉스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굳이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개념으로만 언급하겠습니다.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만큼 수익을 내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기업은 구조조정을 거쳐, 매각하는 것이 옳고, 하이닉스의 경우에는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세계적으로 설비 과잉의 상태입니다. 반도체 설비에 대한 합리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하이닉스를 해외매각하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자문이나 견해를 밝힐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제가 말할수 있는 것은 하이닉스가 계속 가동된다면 은행과 정부, 나아가 납세자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 토머스 번은 누구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으로,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부서의 선임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97년에 무디스에 입사, 당시 통화 위기를 겪던 아시아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 사람들도 그의 이름이 익숙할 정도다. 무디스에 입사하기 이전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금융공사(IIF)에서 아시아 개발 분야의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IIF에 12년간 근무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경제를 연구하면서 국가 경제의 비교분석을 담당했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한국에서 평화봉사단(Peace Corps)으로 3년간 활동한 경험 덕분에 한국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국제학 전공했으며, 국제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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