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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화재(005830)가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한국과 인접한 중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먼저 진출한 후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일반적인 국내 보험사와는 다른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금융 선진국인 미국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선진금융 노하우도 배울 수 있다"며 "시장 규모도 크고, 보험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차별화만 성공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의 미국시장 공략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4년 괌을 시작으로 2006년 하와이, 2009년 캘리포니아에 이어 2011년에는 뉴욕 지점을 열었다. 동부화재는 철저하게 현지인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주 지역에서 약 1,8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미국 시장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게다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지난 30년간 고집스럽게 추진해왔던 현지화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외국 보험사들이 3~4일 걸려 처리하는 일을 한국인 특유의 스피드 서비스로 하루 만에 처리하고, 정을 기반으로 하는 '일대일 밀착관리'를 접목시키는 등 한국형 보험서비스를 접목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동부화재는 미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영국으로 영역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해외 전진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동부화재는 지난해 중국 안청손해보험사 지분 15.01%를 인수해 공동경영을 시작했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기업과 제휴를 맺은 것이다. 회사측은 안청손해보험과의 공동경영을 통해 중국 현지 보험시장에 대한 정보와 사업 노하우를 체득한 이후에 독립적으로 시장 진출을 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현지 사무소를 중심으로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쳐 맞춤전략을 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영국 런던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시장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동부화재가 이처럼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은 탄탄한 재무구조에서 나온다. 실제 동부화재는 1994년 이후 10년 동안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는 자산 규모 20조원을 돌파했다. 보험사의 경영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은 작년 말 누계 기준 237.7%로 상위권 손해보험사 중에 가장 높았다.
시장에서는 올 1·4분기에도 우수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순이익이 409억원으로 안정적인 순이익을 이어가고 있다"며 "3월에도 396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돼 올 1·4분기 순이익은 1,122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5.5%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 요소인 그룹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호재다. 윤제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동부생명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금융·비금융 계열사의 지분 정리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지주회사로 지배구조가 전환되면 동부화재의 평판이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또 "동부화재 주가는 그룹의 재무리스크 때문이 약 25%가량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보험지주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이런 디스카운트 요소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동부생명 상장 등 금융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그룹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며 "작년 하반기 발표한 그룹 자구계획안 이행사항들이 동부화재 주가에 모멘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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