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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 정치개혁
입력2002-12-23 00:00:00
수정
2002.12.23 00:00:00
의회중심·국민참여 정치 이뤄내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가장 큰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국민들은 제16대 대선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치개혁을 꼽고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와 희망로 노 당선자를 새로운 국가지도자로 뽑았다. 또 노 당선자 역시 대선 과정에서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를 최대 기치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는 그동안 자신이 구상한 정치개혁안을 국정 제1과제로 실행에 옮기는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낡은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 1인 독단의 정당운영, 지역주의, 철새정치, 불복의 정치, 돈ㆍ조직선거 및 흑색선전 등 지난 30여년간 반공이데올로기와 함께 우리 정치사에 어두운 그림자로 짙게 드리운 '3김식 정치'로 대변된다.
'새로운 정치'는 의회중심의 정치, 국민참여의 정치, 통합ㆍ화합의 정치, 승복의 정치, 깨끗한 선거 및 정책선거 등 국민들이 염원하는 21세기형 정치다.
◇의회중심 정치=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치의 중심이 정당이 아닌 국회가 돼야 한다. 정당이 정치인들의 이익실현을 위한 구심점이라면 국회는 대의기관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동안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은 민생을 보살피기보다는 당리당략으로 정당간 소모적인 정쟁만 전념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정당의 중앙당 축소, 지구당 폐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 원내총무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원내총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경선을 통해 선출되지만 의원들의 총의에 따르기보다는 정당 지도자의 입김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회중심의 정치가 당장 뿌리내리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의회중심 정치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정당간 일정부분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노 당선자는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을 국정 동반자로 삼아 한나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대선과정에서 원내교섭단체인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감정의 골이 너무 패인데다 의석수에서 한나라당은 비대하고 민주당은 왜소하다. 정당간 끊임없는 대립과 국민의정부 5년의 국정운영 부담은 결국 여소야대 정국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현재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구도를 이념ㆍ정책 중심의 정당구도로 재편하기 위해 내년 한해를 정치권의 전면적인 '헤쳐모여' 기간으로 상정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노 당선자는 여야 정치권에 정당구도의 재편을 '권유'하고 이에 일조하기 위해 당적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 중ㆍ대선거구제를 도입, 2004년 총선에서 정책중심 구도로 재편하고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부여, 현행 헌법 하에서 책임총리제를 운용해본 결과를 토대로 2007년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국민의견을 물어 개헌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노 당선자는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예상되는 '여소야대' 정국의 어려움에 대해 "무척 힘들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는 또 "대통령은 정계개편을 할 수도 없고 의사도 없다"면서 "모든 것은 정치권이 알아서 판단해야 하며 대화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두가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국민참여정치=국민들은 이제 절대군주의 통치시절처럼 지도자의 영도력에 무작정 따라가는데 머물러있지 않다. 다양한 이해집단, 압력단체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 시대흐름까지 뒤바꿔놓기도 한다.
자신들의 이해나 기대에 어긋나는 지도자나 대표자에 대해서는 선거 때 표로서 철저하게 심판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참여 정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국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참여정치는 이미 그 싹을 틔웠다. 노 당선자가 지난 3ㆍ4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것을 시작으로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은 국민참여정치의 일단을 보여줬다. 민주당 경선은 국민참여형으로 치러져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 불릴 정도로 지지세가 약했던 노무현 후보가 당시 대세론으로 한창 주가를 올린 이인제 후보를 꺾음으로써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또 노 당선자가 후보시절 소위 반노파의 압력으로 후보직 유지가 위태로울 때 국민들의 뜻을 묻는 여론조사방식으로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후보단일화를 이뤘다. 선거운동에서도 노사모 등 진정한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노 당선자의 당선요인이 됐다.
이는 정치권도 국민참여 정치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유효한 지지율 확대 전략으로 인식하고 국민들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각종 통로를 통한 적극적인 정치참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8.8 국회의원 재ㆍ보선 때 일부지역에 실험적이나마 상향식 후보공천이 이뤄진 것도 시대흐름을 국민참여 정치시대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당의 국민참여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나 1인 독주 당운영 체제 타파다. 노 당선자는 이와 관련 당선자로서 첫 기자회견에서 철저한 당ㆍ정분리를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민주당은 당헌ㆍ당규를 개정해 당ㆍ정분리체제를 선언했고 대통령이 되더라도 당을 지휘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도록 약속했다"면서 당ㆍ정분리 원칙을 지켜 나갈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지위에서 민주당 개혁과제 수행을 요구했고 평당원으로서 정치개혁의 방향의 대강에 대해 함께 참여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정치개혁 수행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그는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타율적으로 정치개혁을 해 나가는 것이 아니며 구체적인 것은 당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해 자율적 개혁에 무게를 뒀다.
◇철새정치 종식=명분을 따르지 않고 실리만을 추구하며 이합집산하는 철새정치도 이제 끝내야 한다.
정치격변기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양지를 찾아 소신과 원칙을 버리고 당적을 옮겨가며 줄타기를 해온 정치인들이 그동안 많았던게 사실이다.
그런 정치인에 대해 과거 국민들은 관대했다. 그러나 최근 1년새 정치환경은 많이 변화됐다. 지난 97년과 올해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해 그 때마다 민주당과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조사 두번째 친정인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에 압도적 표를 몰아줌으로써 이 대행에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가했다.
또 386세대 정치인들의 리더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까지 오르는 등 정치적 입지를 크게 키워온 민주당 김민석 전 의원이 국민통합21로 옮겨가자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대선 직전 정몽준 대표의 노 당선자 지지철회에 거부해 통합21을 탈당, 현재 '정치적 미아'로 남아 있다. 반면 여러 차례 고비에서 실리보다 원칙과 명분에 따라 행동해온 노 당선자는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새롭게 국정을 이끌어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철새정치 종식과 함께 승복의 정치문화도 정착돼야 한다. 두차례 대선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이인제 총재권한대행과 한차례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정몽준 대표의 대선 이전 정치행보와 두 사람이 대선 이후 처한 정치적 입지를 비교해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승복의 정치문화를 바라는지 알 수 있다.
구동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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