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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현장서 망연자실…'자살방조' 무죄

전처가 투신자살한 것을 보고 망연자실한 채 신고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30대 남성에게 검찰이 `자살 방조죄'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L씨(33)는 7년 전 결혼했다가 2004년 이혼한 이후로도 사실상 부부관계를 유지해 온 전처 K씨와 작년 3월 자택에서 `여자문제'로 말다툼을 했다. K씨는 "당신이 다른 여자와 사귀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집에 진실을 밝힐 증거도 있다"며 L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집으로 이동했다. L씨는 한강 다리에 도착하자 운전을 멈추고 갑자기 자살을 하겠다고 말한 K씨를20∼30분간 설득한 끝에 "당장 차에서 내리면 나도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곧바로 하차했다. 그러나 K씨는 다리 북단으로 100여m 정도 걸어가던 L씨에게 "미안해"라고 외친뒤 한강으로 몸을 던졌고 투신지점으로 황급히 뛰어 온 L씨는 구조 신고 등 아무런조치도 하지 못한 채 30여분간 울기만 했다. L씨는 K씨의 집에 `네 곁으로 가겠다'는 유서를 남긴 뒤 투신사고 지점으로 이동했고 "전처를 따라 목숨을 끊겠다"는 전화를 받은 모친의 신고를 받고 미리 현장에 도착해 있던 경찰에 체포되면서 자살을 하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용호 부장판사)는 19일 이미 자살의사를 표시한 전처를 한강에서 투신하도록 방치하고 아무런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혐의(자살방조)로 기소된 L씨에게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예전에도 3차례 정도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성격이 급한 K씨를 설득해 자살 철회의사를 확인하고 다짐까지 받은 뒤 하차했으므로 자살 위험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K씨가 투신한 직후 구조요청을 했더라도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10분정도 걸리고 사고 당시는 야간이어서 구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구조신고를 안 한 피고인이 자살에 소극적으로 기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신도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정황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이 자살을 방조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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