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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가 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역시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을 위해서는 추가 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내수용 쇠고기를 수출용으로 둔갑시켜 우리나라에 보낸 사건과 관련, 자칫 조사 결과에 따라 쇠고기의 전면수입 중단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추가 협상보다는 쇠고기에 더 관심=미국 측은 한미 FTA와 관련 이르면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에 추가 협상을 제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정부 측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 관계자들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균형을 깨는 재협상을 고집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미국 의회가 관심을 갖는 자동차ㆍ농업 부문도 이들 산업에 대한 교육을 시켜 제대로 알려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에 대해서도 “환경ㆍ노동 분야는 한국 측이 더 잘 지키고 있다는 주장이 미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신통상정책은 파나마ㆍ콜롬비아ㆍ페루 등 협상이 진행 중인 곳에 한 해 적극 적용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협상이 다시 이뤄져도 그 수준은 ‘추가 협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대신 미국은 쇠고기에 더 많은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동안 미국은 수차례에 걸쳐 “쇠고기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미 FTA의 미국 의회 승인을 받기 어렵다”고 직접적인 압박을 해왔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쇠고기 수입 문제 해결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신통상정책 의제들은 쇠고기에 비하면 미국 내 여론에서 비중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 중단, 다시 이뤄질까=내수용 쇠고기의 수출 사건이 발생한 뒤 미국 측은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체결한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중 21조에 따라 위반이 반복적이고 광범위할 경우 우리 측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우리 측에 4월 말 이후 검역을 통과해 시중에 풀린 14건, 50여톤의 수입 당시 첨부됐던 검역증과 바코드 등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과 26일 부산항에 도착한 카길사의 15.2톤, 타이슨사의 51.2톤뿐 아니라 이전 수출분 가운데서도 한국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것이 있는지 모두 살펴보겠다는 의도다. 만약 EV 위반 사례가 추가로 적발될 경우 미국의 의도와 달리 쇠고기를 둘러싼 문제 해결이 더 어렵게 될 수밖에 없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위반 사례가 알려진 두 건으로 한정되고 일부 미국 연방정부 수의사와 미국 내 수출업자, 또는 우리 측 수입업자가 결탁한 범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쇠고기 수입은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검역당국은 “아직까지는 미국 측의 위반을 반복적이거나 광범위한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검역증 발급만 잠정 보류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면 수출중단 여부는 이번 내수용 수출 오류 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래저래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에서 가장 뜨겁고 위험한 이슈로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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