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 부동산종합대책’과 재건축 규제 등 후속 방안에도 불구, 집값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차제에 부동산 거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집값 앙등에다 실거래가 과세로 취득ㆍ등록세 부담이 훨씬 높아진데다 중개 수수료와 법무사 대리비용, 이사비용 등 거래비용 대부분을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돼 있어 매매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부동산시장 전체를 왜곡시키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들은 주택가격 안정뿐 아니라 최우선 정책 어젠다로 떠오른 세수(稅收) 확보와도 직결돼 있어 조기 시행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수술 필요성에 공감, 당국의 의지에 따라서는 거래제도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택을 마련한 A씨. 그는 시가 4억원짜리 집을 산 뒤 1,000만원이 넘는 취득ㆍ등록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실거래가의 1.5%로 과세되는 취득세 600만원, 등록세 400만원(1%), 그리고 취득ㆍ등록세의 20%가 부과되는 교육세 140만원 등 모두 1,140만원에 달한다. 한번에 현금으로 내기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취득세의 경우 카드납부가 가능하지만 해당 구청에서 S사 등 3개사의 카드만 허용, 고개를 젓게 했다. 불합리한 것은 세금뿐 아니었다. A씨는 등록세를 내면서 붙은 각종 등기비용에 혀를 내둘렀다. 법무사가 보내준 명세서에는 ▦법무사 보수(36만원) ▦교통비(3만원) ▦등록세 신고 대행료(2만5,000원) ▦원인증서(2만5,000원) ▦검인 대행(2만5,000원) ▦부가세(3만6,000원) 등 다양한 명목의 부대 수수료들이 포함돼 있었고 이들은 모두 현금지급만 가능했다. 막대한 거래 부가비용과 탈루 현상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던 것이다. 중개 수수료와 이사비용도 마찬가지. 중개 수수료의 경우 법정 수수료 외에 20% 가량을 얹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관행이 된 지 오래. 여기에 이사비용을 청구한 대행업체는 현금지급 외에 현금영수증 등을 발부받으려면 부가비용으로 10%를 더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결국 집값 외에 500만~1,000만원에 달하는 부대 비용까지 포함해 2,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투기 성격의 거래에 높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해도 서민층이 집을 매매하면서 돈을 더 빌려 각종 세금ㆍ수수료를 ‘현금’으로, 그것도 한 번에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분할납부ㆍ카드납부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시스템 개편에 대해 정부도 검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거래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안으로 나온 것은 취득ㆍ등록세의 분납, 카드대납, 각종 부동산 거래비용 카드사용 의무화 등. 이중 카드대납의 경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이는 주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확대해 시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은 이미 취득세에 한해 제한적이지만 카드대납을 허용하고 있다. 카드사와 계약을 통해 건당 800~1,000원인 수수료를 낮춰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카드사가 업무비용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수료 비용을 정부가 떠안으면 거래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시스템을 부처간 합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면 거래 활성화는 물론 세수확보 차원에서 추진 중인 자영업자 소득파악에도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증세(增稅) 논란. 정부는 자연스럽게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두고도 소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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