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만 지내는 이른바 ‘방콕’족(族)과 스키장 등 야외 레저활동을 즐기는 ‘활동’파(派)에 밀려 한산했던 겨울 전시ㆍ공연장 문화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난 21일로 개막 50일째를 맞은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은 연일 관객이 몰리며 겨울 전시로는 보기 드문 대박 행진을 터뜨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이후 한겨울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늘던 입장객수는 최근 주말 하루 평균 6,000명을 넘어섰다. 2004년 같은 장소에서 열려 한국 미술 전시회 사상 초대박을 터뜨렸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의 경우 전시회 기간이 여름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다. ‘샤갈전’ 감격을 잊지 못해 이번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 전시회를 찾았다는 최유정(38)씨는 “전시회 내용과 수준을 따지면 결코 샤갈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현대 미술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야수파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진귀한 기회”라고 말했다. 게임이나 스키 등 자극성 강한 취미에 빠져 있는 아이 손을 이끌고 미술관을 찾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학기 중 바쁜 시간에 쫓겨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든 학생들에게 소중한 문화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조카와 함께 전시회를 방문한 이순심(37)씨는 “화실을 운영하고 있어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들과 함께 자주 미술 전시장을 찾는다”며 “야수파 전시회의 경우 어린이들에게 색채감을 키워주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순주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 전시회 커미셔너는 “올 들어 매주 20%씩 입장객이 증가하고 있고, 설 연휴를 기점으로 입장객 수는 한주 1만명 이상 몰렸던 샤갈전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겨울 여가 문화 풍경을 바꿔 놓은 것은 전시회 뿐 아니다. 뮤지컬의 경우 해외 대작 공연들이 연이어 국내 무대로 옮겨져 국내 마니아층이 두터워지면서 소극장 뮤지컬 무대까지 관객들이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 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이렇다 할 마케팅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입소문을 듣고 온 관람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석을 이뤘다. 박용전 뮤지컬 컴퍼니 오픈런 대표는 “겨울에는 비성수기였던 공연장에 관객들이 몰리는 것은 창작뮤지컬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세번째 앵콜 공연인데 프리뷰 기간동안에는 110%이상의 관객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오락영화 위주로 채워졌던 겨울철 극장가도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작품들에 관객이 몰리며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설 대목을 노린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왕의 남자’와 같은 문화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들이 대박 행진을 터뜨리고 있는 것. 다른 미술전시회가 지지부진한 것과 달리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마티스전’과 개봉 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왕의 남자’ 성공기에서 볼 수 있듯이 작품의 질적 수준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진상 미술평론가는 “여가시간이 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급 문화가 일반 관객들에게 단순한 호기심 수준을 넘어 생활 양식 일부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라며 “체험과 경험위주의 교육이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문화적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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