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상속세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새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손톱 밑 가시를 빼기는커녕 오히려 박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6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재정부는 지난달 18일 상속ㆍ증여세 연부연납시 물납에 따른 물납가액과 매각액 차이로 발생하는 국세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ㆍ증여세 연부연납의 현금납부' 등을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현금이 부족하면 '연부연납제도(분할납부)'와 '물납제도(자산 및 주식대납)' 등을 활용해 현금 대신 부동산ㆍ유가증권 등으로 상속 또는 증여세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연부연납 및 물납제도가 폐지되면 현금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기계설비나 주식 등을 처분해 세금을 내야 해 기업승계가 어려워진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인 A사의 경우 창업주 별세에 따른 상속세(150억원 추정) 납부를 위해 최대주주가 가업승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분을 전량 매각했지만 실제 매각대금(181억원)은 주가하락으로 증여일 기준 평가액(371억원) 대비 48%에 불과했다.
강상훈 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은 "현행 제도에서도 현금확보가 어려운 기업의 가업승계 실패사례가 발생하는데 개정안에 따라 조세채무 이행의 선택폭을 더 축소할 경우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부담이 커지고 체납사태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재정부가 물납가액과 매각액 차이로 국세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물납제 자체보다 국유재산 매각절차상의 문제"라며 "부동산ㆍ주식 등의 가치가 상승한 경우도 있어 국세손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업계에서는 특히 상장주식 처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거래소 상장주식의 물납 불허에 따라 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을 장내시장에서 직접 매각할 경우 5% 이상 대주주의 주식매각은 공시의무가 있고 이 과정에서 회사 경영상황과 무관하게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업계는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 및 일시적 유동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처럼 연부연납 기간 중 물납신청 및 상장주식 물납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 회장은 "가업승계는 개인의 재산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기술과 고용을 승계하는 것"이라며 "이번 재정부의 조치는 장수기업을 키우려는 새 정부의 방침을 역행하는 새로운 '손톱 밑 가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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