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인수전이 오는 18일 예비입찰인 인수의향서 접수로 시작된다. ING생명은 예비입찰 결과를 토대로 아시아태평양법인 매물의 패키지 구도를 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ING생명의 매각작업이 동양생명 건처럼 지루한 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태법인의 총 매각가가 7조원으로 예상될 만큼 대형 딜인데다 관심을 끄는 한국법인 매각가는 최대 3조4,000억원에 달해 무성한 후보군에 비해 여력을 갖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전에 발을 담그고 있는 한 보험사의 고위관계자는 "ING생명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아직도 매각 방식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매각 대상 법인을 건별로 검토하면 할수록 문제가 적지 않아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입찰 후 매각 구도 잡힐 듯=ING생명의 매각 대상은 중국ㆍ일본ㆍ인도ㆍ한국ㆍ태국ㆍ말레이시아ㆍ홍콩 등 7개 법인.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경우 중국ㆍ일본ㆍ한국ㆍ인도 등은 단독 매물로 나오고 태국ㆍ말레이시아ㆍ홍콩 등이 패키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ING생명은 인수 의향서를 보고 매각 방식 등을 내놓겠다는 뜻을 기업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흥행을 위해 패를 서둘러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관심사인 한국법인의 경우 KB금융지주ㆍ대한생명ㆍ교보생명 등 국내사와 AIA생명ㆍ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가 관심군에 포함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유력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KB금융은 인수전에서 한발 빼고 있고 동양생명에서 유턴한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3조원이 훨씬 넘는 인수가를 감당하기 벅차 보인다. 여력만 놓고 보면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실탄을 확보한 AIA생명 등 외국계가 한발 앞서 있다.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국내에서 ING생명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해 가격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ING그룹이 내년까지 네덜란드 정부에 30억유로(4조5,000억원)를 상환해야 하는 만큼 어떤 전략으로 협상에 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법인은 규제가 발목 잡아=삼성생명은 올해 인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연스럽게 ING생명의 아태법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던 인도 법인은 현지 당국의 규제로 관심이 식는 분위기다. 인도 당국이 해외 보험사는 보험사 지분의 최대 25%만 갖도록 규제를 가하면서 메리트가 별로 없어진 셈. 중국과 태국에서는 이미 합작보험사를 운영하고 있어 무성했던 말만큼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올지 미지수다.
오히려 베트남에 이어 올해 말부터 중국에서 영업을 개시하는 대한생명과 교보생명 등이 해외 법인 인수에 적극적일 수 있다. 대형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ING그룹이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원치도 않는 매물을 내놓은 상황에서 매물 자체의 덩치가 너무 크고 변수도 많아 빨라야 내년 초가 돼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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