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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 새역사 쓸까
입력2003-07-15 00:00:00
수정
2003.07.15 00:00:00
김민형 기자
5년 여의 제작기간. 순제작비 80여억원. 350여명의 애니메이터 동원.
제작기간 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던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가 17일 드디어 개봉된다.
제작사 틴하우스(대표 김문생)의 말처럼 애니메이션의 `쉬리`가 될 지, 아니면 `실패한 역사적 실험`이 될 지 업계는 물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관심이 원더풀데이즈에 쏠리고 있다.
3차원 그래픽과 2차원 동화, 실사 미니어처 등을 결합해 이른바 `멀티메이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원더풀데이즈의 `그림`은 가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동적인 속도감, 실사와 3차원 그래픽 기술이 만들어내는 화면은 그 동안 나왔던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헐거운 구성과 빈약한 스토리라인이란 숙제는 여전히 풀지 못했다. 틴하우스는 헐리우드식 구성과 화면을 거부하고 새로운 구성과 한국적인 모티브를 삽입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년간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이 개봉되면서 검증된 흥행코드를 과연 원더풀데이즈가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기 2035년. 인류는 핵전쟁으로 자멸한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파란 하늘은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돼버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에코반(Ecology+urban)`을 건설한다. 그러나 에코반이 건설된 지 100년 만에 예상보다 빨리 지구 환경이 복원되고,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에코반은 에너지 위기에 봉착한다. 에코반의 권력자들은 소수의 에코반 시민들을 생존시키기로 결정, 지속적으로 환경오염을 자행하고, 오염이 진행되는 지역에 살고 있는 90%의 주민들은 생사의 기로에 선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시절 푸른 하늘을 동경했던 소꿉친구 수하와 제이는 각각 레지스탕스와 에코반 수비대로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된다. 여기에 제이를 사랑하는 에코반 수비대장 시몬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로미오와 줄리엣`식 사랑은 위기를 맞고, 결국 수하는 에코반을 파괴하기 위해 에코반의 심장부로 침투한다.
원더풀데이즈에서는 곳곳에서 한국적 이미지들이 포착된다. 에코반에 침투한 수하는 각시탈을 쓰고 있고, 에코반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들어가는 암호가 `산은 산, 물은 물`로 설정됐다. 한국적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두 다리를 딛고 서있는 이 땅이 바로 무릉도원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과연 17일이 국내 애니메이션계에 `원더풀데이`가 될지 `What a poor day`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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