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카드에 가입할 때처럼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묻는 서류에 필수 항목에는 '동의'를, 선택 항목에는 '동의 안 함'을 표시했는데 창구 직원이 선택 항목도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며 서류를 다시 내밀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제공동의 필수항목은 신용정보조회나 할인제휴 등 카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들이므로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선택항목은 주로 보험사 마케팅에 정보제공을 하는 내용이어서 카드 사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정 씨는 왜 선택 항목까지 동의해야 하느냐고 따졌지만 해당 직원은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전산에 입력이 안 된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정 씨는 "은행을 나와 카드사로 직접 전화를 걸자 죄송하다며 개인정보제공동의를 철회해줬다"며 "정보유출사태를 겪었는데도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올해 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졌지만 일부 은행과 카드사들은 여전히 구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현재 모든 카드사는 카드 가입 서류에 개인정보제공 필수항목과 선택항목을 구분해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한 다이렉트 카드 가입 역시 마찬가지로 선택 항목 개인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아도 무사히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등 인프라는 갖춰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창구에서는 정보제공동의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진다. 보육비를 지원하는 아이사랑카드는 온라인에서도 신청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고운맘카드는 임신확인서를 직접 제출하기 위해 반드시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의 창구를 찾아야 한다.
고운맘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대부분의 직원이 개인정보와 관련한 주의점을 숙지하고 있지만 일부 잘 모르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며 "관행적으로 선택항목까지 정보제공 동의를 받아오던 행태를 답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직후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한 새로운 카드 가입 신청 표준 서류를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9월 중순부터 표준 양식을 보급할 계획이다. 표준 양식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서류 상단에 필수항목과 선택항목에 대해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현재 한 장의 서류에 동의를 받는 것을 두 장으로 나눠 고객의 혼동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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