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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다도해
입력2003-07-10 00:00:00
수정
2003.07.10 00:00:00
다도해의 섬들은 외롭지 않아 좋다. 섬들중 하나가 무리에서 벗어나 바다속으로 내달릴 때에도 주위의 섬들이 넉넉한 품으로 붙들어 준다. 안개가 짙게 낀 밤이나 비가 내려 지척을 분간하기 힘든 날에도 이쪽에서 부르면 저쪽에서 바로 대답이 들릴 정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품세가 마음을 놓이게 한다.
전남 신안군의 앞바다에는 전국에서 제일 많은 827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 전국 3,000여개의 섬중 4분의 1이 모여 있는 셈이며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750개나 된다. 섬 하나 만으로 군을 이룬 경우는 많아도 이 많은 섬들이 하나의 독립된 군을 이루기는 여기가 유일하다.
육지에서 가까운 섬중 하나인 임자도(임자도)는 옛부터 야생 들깨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선착장 건너편에 있는 대광해수욕장은 말 그대로 썰물때의 해변의 길이가 12km로 전국 최대를 자랑한다. 정유재란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조선 수군을 재건, 진도 앞바다 울둘목에서 적의 재침 의지를 꺽은 기반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서남쪽으로 30여분 떨어진 곳에 무인도인 허사도가 있다. `허씨의 모래사장`이란 명칭과는 달리 냉전시대 북한 무장공비들이 상주(?)하던 곳이란다. 바다 위에 솟아 오른 기암절벽의 수려함으로는 같은 군내에 있는 흑산도와 홍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군은 올해부터 이 지역 일대를 말끔히 정비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유람선을 띄울 계획이다.
목포항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도초도와 비금도에도 천혜의 비경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비금도의 하누넘 해수욕장은 서해로 떨어지는 환상적인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곳. 아름다움과 외로움이 어우러진 묘한 분위기는 서해 바다 한 가운데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정취다. 길이가 4km에 달해 명사십리라고도 불리는 원평해수욕장은 한적한 백사장에 오로지 붉은 해당화만이 수줍게 여행객들을 맞는다. 도초도에는 3면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마치 자루같이 생긴 시목해수욕장이 뒤편의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고즈넉히 앉아 있다.
이 곳에서 남서쪽으로 13km 지점에 있는 우이군도는 스물 일곱개나 되는 섬들이 안개에 덮힌 바다를 점점이 수놓고 있다. 어미섬인 우이도는 유별나게 모래가 많아 `이 곳 처녀는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을 간다`는 말까지 생겨 났다. 돈목 해수욕장 북쪽 끝에 우뚝 솟아 있는 모래언덕은 경사면의 길이가 100m에 달하는, 수천년에 걸쳐 조수와 바람의 변화가 빚어 놓은 자연의 예술작품이다. 원래 서해 바다낚시로 유명한 이 섬에 최근에는 모래언덕에 올라 누드를 찍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곳 다도해상국립공원은 외지인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며 “오는 2010년까지 연륙교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육지에서 들어 오는 교통도 더욱 편리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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