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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뱅크로 가자] <4> 금융전문인력을 키우자

선진기법필수… "월가서 배워라" <br>전문인력 수준 세계 45위…양·질적 보완 필요<br>정부·금융사·대학 연계, 이론·실무겸비 체제로<br>해외연수 강화·글로벌인재 스카우트 병행해야




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자본시장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짭짤한 수익을 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많은 수익을 낸 것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 한국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인들도 국제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고도의 기법을 배워야 한다. ‘제조업만이 살 길’이라며 경제개발에 매진했던 개발연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 기술을 배우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습득한 기술로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기계, 화학, 조선 산업이 세계 반열에 섰다. 이젠 금융기술을 배우러 외국, 특히 뉴욕 월가에 많은 젊은이들이 가야 한다. 그들의 기법을 배우고, 정보를 교환하고, 그리고 그 기술로 해외 금융시장을 개척해서 돈을 벌어야 국부를 늘릴수 있다. 금융산업은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은행산업은 첨단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 때문에 고도의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전문인력 양성은 금융기관 스스로의 노력을 기본으로 하고, 정부와 금융감독당국과 정부가의 지원이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은행들이 전문인력 양성 연수 시스템을 통해 인력관리능력을 높이고 정부와 학계가 지원하는 유기적인 구조가 요구되고 있다. 한덕수 재정경제부장관 겸 부총리는 “세계 초일류수준의 선진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대학이 산학공동으로 고급 금융인력을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 200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금융전문인력의 수준에서 45위로 홍콩(11위), 싱가포르(15위)에 뒤져 있다. 강병호 한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 “금융전문인력 양성체계가 잘못됐다”며, “고급 금융 전문인력은 이론적 지식과 함께 오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무지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학계의 금융교육은 이론적 지식 습득에 치우쳐 있고 금융기관의 교육은 숙련 위주의 기능교육에 치우쳐 있다. 한국금융연수원의 강형문 원장은 “금융산업도 세계화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당장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제화된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에는 1만9,277명의 금융전문인력이 있는데, 3년후에는 4,981명, 10년후에는 1만명의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2007년부터 금융회사 리스크관리의 국제적 규준이라 할 수 있는 신바젤협약 도입이 예정돼 있고 집단소송제도 도입 등으로 금융 회사나 일반 기업 등에서 리스크관리 전문요원과 회계ㆍ공시업무 전문가의 수 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필요인력 가운데 금융기관 자체 충원이 가능한 인원은 3500여명에 불과, 1,500명 안팎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에는 전문인력보다 보조인력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금융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금융부분의 인력구성 중 일반사무 및 관리, 창구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보조인력이 87%를 차지하는데 비해 소위 전문인력의 비중은 9%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인력의 비중이 50% 수준인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은행입사지원자 중에는 미국재무위험관리사(FRM), 미국공인재 무분석사(CFA), 미국보험계리사(SOA) 등 국제전문자격증을 취득한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공학전문가들의 사단법인인 ‘한국금융리스크관리전문가협회(KARP)’의 전정용 사무국장은 “국내 유명대학과 해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은행에 들어가서 창구업무 등 일반 업무로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문가(스페셜리스트)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전문가를 10만명이상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금융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외환딜러, 채권트레이더, 파생상품딜러 등 전문가들의 양성시스템이 도제 시스템으로 국한돼 폐쇄적인데다 그 인력의 육성이 쉽지 않다. 전홍렬 국장은 “미국과 홍콩처럼 일찍부터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익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입사시험과 인원배치로는 스페셜리스트 육성은 요원하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과감한 차별적 성과급을 도입하는 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유인책을 펼려고 해도 노조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향평준화를 선택하기에는 우리 금융산업의 갈길이 너무 멀다.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인 전문가 채용이 불가피하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글로벌시대에 국내은행들이 외국인 이사와 외국인 전문인력을 뽑지 않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일갈했다. 재정경제부는 해외 금융인력에 대해 3년내에서는 별돛?비자와 기간 변경없이 체류가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등 전문인력에 대한 배려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의 장동구 국제경제팀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모두 국제적인 금융센터가 되기 위해 초기에 해외금융전문인력을 과감히 수용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글로벌 금융전문인력 양성기관을 국내에 도입해 경쟁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지 자부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학과 교수는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결국 밀릴 수 밖에 없다”면서 “한국이 파생상품에 대한 역량을 키우려면 장기적으로 금융인력들이 해외의 좋은 교육기관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외국의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해 활동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금융기관이 수수료수익, 가계대출 등 단기영업이익을 높이는데 주력하는데 비해 선진금융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인력유입에 관심이 없다”면서 “기업대출심사, 파생상품투자, 투자은행기법 등 선진금융기술을 이른 시간내에 익히지 않으면 외국자본에 금융산업을 넘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융인력의 전문화를 위해 선진금융기술 등 전문가 학습을 지속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이런 인력양성 방안이 금융산업경쟁력과 금융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조영훈차장 박태준기자 최인철기자 조영주기자 김정곤기자, 서정명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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