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겹살이 아닌 싼겹살로 불러주세요.’ 여름철 100g에 2,000원을 넘어 금겹살로 불리기까지 했던 삼겹살이 최근 들어 뚜렷한 가격 안정세를 보이며 1,000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삼겹살 가격이 1,000원 미만이었던 적은 2003년 이후 3년여만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 최근 삼겹살 가격이 100g에 1,000원 안팎으로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26일부터 11월1일까지 전점에서 ‘와이즐렉 삼겹살’ 행사를 열어 100kg 한정으로 100g을 980원에 판다. 한정 판매 이후에는 1,050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다음달 1일까지 ‘국산 삼겹살 기획가전’을 전개해 삼겹살 100g을 같은 가격에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특히 금천점, 익산점, 구미점 등 5개 점포에서 100g을 870원에 판매하는 초특가 행사도 펼친다. 이마트는 이 달 말까지 제주돈육, 녹차돈육, 보리를 먹여 키운 맥돈 등 ‘웰빙 삼겹살’을 1,270원(100g)에 판매한다. 웰빙 삼겹살은 이번주 중순까지 1,680원에 판매됐다. 삼겹살 가격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800~900원대에 머물던 지난 2003년 이후 3년여만이다. 돼지고기 가격은 2003년 12월 광우병 발생을 기점으로 대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호흡기 질환 등 폐사율 증가와 사료값 상승까지 겹쳐 1,000원 중반대까지 상승세가 지속됐다. 특히 올 들어서도 1월부터 계속 상승하며 바캉스철인 8월 사상 최고치인 2,000원까지 올랐었다. 그러다 삼겹살이 갑자기 저렴해진 것은 축산농가가 지난 6월께 50~60일된 돼지를 들여와 3~4개월 사육 후 최근 돼지 물량을 일제히 풀기 시작하며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봄 돼지 폐사율이 적어 다른 해보다 물량이 충분한데다 미국산 돈육 수입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산지에서 출하 물량을 크게 늘린 점도 가격 안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보통 명절을 전후한 이맘때쯤이 삼겹살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인 점도 주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마트 돈육 담당 윤병수 MD(상품기획자)는 “출하두수 증가와 소비량 감소의 영향으로금겹살이라 부르던 삼겹살 가격이 눈에 띄게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온이 내려가는 11월경부터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여 지금이 삼겹살을 가장 싸게 사먹을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축산팀 강진묵 바이어는 “행사 가격을 제외한 일반 판매 가격도 1,00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 이후 미국 축산물이 정식 수입되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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