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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대북결의안 통과 후 미국과 북한이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안보ㆍ경제 분야에 이어 인권문제까지 대북압박 전선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북한은 국내언론을 통해 대미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정면충돌’ 양상이 다음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어떤 방향으로 분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관급 6자회담 성사될까=오는 26일~28일 사흘간 일정으로 열리는 ARF외교장관회의에는 6자회담 관련국 외교수장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어서 ‘장관급’ 6자회담 성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의 속내를 관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변수다. 회의 주최국인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1일 백남순 외무상의 회의 참석 사실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등 제반사정 탓에 아직 확정적으로 잡힌 일정이 없다”며 “백 외무상의 참석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ARF에 참석한다고 해도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하며 6자 외무장관회담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ARF가 정세변화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북한이 6자간 대화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정부와 미국 등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1일 비공개 당정회의에서 ARF를 적극 활용해 5자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5자회담 ‘성격’ 놓고 마찰 일 듯=정부와 여당은 한편 5자회담이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ㆍ일본 등의 움직임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서 “대북 인내정책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압박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의 발언을 미뤄볼 때 미국은 ARF를 국제적인 대북압박 공조를 다지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ARF회의기간 중 10여차례 예정된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고 북한을 움직이게 할 ‘카드’도 없는 상황이어서 미일의 전방위적인 대북압박공세를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제적인 압박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가도발’ 가능성을 내비칠 경우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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