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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65년부터 매달 '수출진흥회의'를 정례적으로 주재했다. 1979년 서거하기 전까지도 직접 회의를 관장했다. 그만큼 회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리고 34년이 흐른 1일,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처음 주재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이날 회의의 주재 현장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이 주재하던 당시 모습과 닮은꼴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옆자리에 기업인들을 앉혔다. 왼쪽에는 여성 기업인인 안수원(41) 레드로버 이사, 오른쪽에는 바이오 벤처기업인 나노엔텍의 장준근(46) 대표가 각각 앉았다. 심지어 정면에는 이재진(34) 심팩 대리가 앉았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창조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융복합을 막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수출과 투자, 창조경제라는 테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고 전했다.
이 때문일까. 이날 회의에서 다룬 수출 대책도 '창의성'이 담겼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보고한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12조원 이상 규모의 민간투자를 가로막아온 행정규제를 대거 풀고 가용토지와 재정ㆍ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기업들이 부지가 없어 투자가 막힌 것을 뚫기 위해 산업단지 내 공공기관들의 지상시설을 땅속으로 집어넣어 가용토지를 확보한 뒤 이를 산업용지 확보에 목마른 기업들에 공급하기로 했다.
병원 내 숙박시설인 이른바 '메디텔' 건립도 허용돼 싱가포르처럼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에서는 건폐율과 용적률 규제가 완화돼 기업들의 시설 증축이 쉬워진다.
이날 나온 투자 대책은 크게 세 개 분야로 ▲현장대기 중인 6대 투자 프로젝트 지원 ▲규제 및 행정절차 개선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ㆍ재정지원이다. 이 중 현장대기 투자 프로젝트에는 오는 2016년까지 총 12조원 규모의 민간자금이 투입된다.
6대 프로젝트 지원 방안 가운데 가장 투자유발 효과가 큰 것은 총 180만㎡(54만여평)에 달하는 공공기관 보유 산단 토지 활용 방안이다. 정부는 이 방안으로 2016년까지 12조원의 민간투자가 유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6대 프로젝트 지원방안은 메디텔 건립 허용, 지주회사 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보유지분율 제한 완화(100%→50%), 외투기업에 한해 산단 내 부지ㆍ공장 분리임대 허용, 산단 내 열병합발전소 입주 허용, 풍력사업의 육상 규제 개선 등이다.
규제 및 행정절차 개선 차원에서는 입지규제와 업종별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 여기에는 계획관리지역의 개발밀도 규제 완화(건폐율 40%→60%, 용적률 100%→125%), 미국 및 유럽연합(EU) 투자자에 한해 기간통신사업자 간접투자비율 규제 해소(발행주식 총수 대비 49%→100%)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중소기업 금융ㆍ재정지원 차원에서 창업 및 가업승계 재원마련, 설비투자 지원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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