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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대의 기업 생존전략(사설)
입력1997-12-01 00:00:00
수정
1997.12.01 00:00:00
기본을 무시하고 무리한 경영을 하던 기업들이 연쇄부도를 내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국가도 부도사태에 직면했다. 결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 통치시대에 들어서게 됐다.한국의 장래가 심상치 못하다는 얘기는 이미 4∼5년전부터 지적돼 왔다. 국제화·세계화에 대한 인식 수준 미흡, 물량위주의 개발 및 경영,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국수주의적 사고,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각종 행정규제 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외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이 IMF의 구제금융 요청에까지 이른 것이다.
국가경제가 이 지경이다 보니 기업들의 어려움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기업들마다 감량경영의 스타트는 인원감축이다. 올해내내 고용시장을 짓누른 실업이 연말 들어서 대량해고라는 한파로 휘몰아치고 있다. 기업들은 지하자금이라도 끌어들여 자금부족을 해소해 보려고 금융실명제 폐지, 사채 전면동결 등 대통령긴급명령을 건의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도 중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생존전략이다.
○수출증진에 탈출구 있다
우선 기업들은 과감한 수출증진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 고규제 등의 5고현상으로 시달려 왔다. 또 국제통상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외국 유망기업과의 연계망 형성 미흡, 자체기술개발 및 신상품 개발 소홀 등으로 수출이 부진했다. 여기에 국가별 특수상황을 감안한 나라별 통상전략이 확실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고 기왕에 닥쳐온 고환율을 잘 활용, 가격경쟁력을 통한 과감한 수출드라이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계사업 과감히 정리를
다음으로 수익성이 없고 장래성이 불투명한 한계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란 그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률이 시장이자율 만큼도 안되는 사업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업자금을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실정을 감안할 때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만큼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정리되어야 한다. 최근 삼성그룹이 34개 한계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잘한 처사다.
기아나 진로, 쌍방울, 뉴코아 등의 부도는 그 그룹의 모체가 되는 사업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돈도 벌리지 않는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화근이 되어 그룹 전체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경제적부가가치(EVA)를 통한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기업가치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돼야 한다.
경쟁전략보다는 상생전략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쟁전략은 우선 이기고 보자는 것이다. 상대방을 패배시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나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는 글로벌시대에는 나와 경쟁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략적 제휴를 확대, 나의 강점과 남의 강점을 한데 합침으로써 보다 우수하고 값싼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같은 제휴는 불필요한 투자나 비용을 제거해 줄 뿐만 아니라 사업실패의 위험성도 최소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긴축대비 현금흐름 중시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의 실패는 결국 현금흐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기업은 자사의 현금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 일어난 연쇄부도사태도 단기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 크다는 점이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IMF의 구제자금유입은 인플레를 유발시킬 우려가 있어 정부가 통화긴축을 실시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결국 기업에 단기 유동성 부족사태를 몰고 올 위험이 있으므로 현금흐름에 대한 주의가 더욱 요망되는 것이다.
시나리오 경영의 시도도 제안하고 싶다. 기업환경의 변화가 격동적일 수록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려워진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제 하나의 미래 예측만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시기는 지났다. 현상유지적 정세관을 반영한 시나리오에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추가해 각각의 경우에 대비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율변동에 대한 대비도 이같이 했더라면 혼란이 훨씬 덜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다시 거듭난다는 각오로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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