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상장하는 것은 현재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가치가 아닌 회사의 미래가치를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는 4월 유진1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탈질촉매(SCR) 제조업체 나노의 신동우(54·사진) 대표는 3일 회사의 성장성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탈질촉매는 발전소·선박·디젤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물질이다.
신 대표는 통상적으로 상장 직전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성장동력을 모두 쏟아붓고 상장 이후에는 실적이 급감하는 기업들과 달리 나노는 상장 이후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가 상장 후 성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상장에 앞서 지난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나노는 지난해 120억원을 투자해 중국 원료 공장을 짓고 80억원을 들여 경북 상주 제2공장을 완공하는 등 총 200억원을 투자했다. 신 대표는 올해부터 투자의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결의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 해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선박은 탈질촉매를 장착해야 한다"며 "올해부터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상장 전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원료 공장의 경우 원가 절감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탈질촉매는 원가 중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차지한다"며 "원료 공장 설립으로 최소 10% 이상의 원가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출 비중 다변화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어느 한 국가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해당 국가의 경기에 따라 기업 실적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지난 2013년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70%, 유럽이 20%, 한국이 1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의 비중을 50%로 줄이고 유럽을 30%, 한국을 20%로 높이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미국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기술 평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1년 이상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3,000만원 규모로 수출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오사카 지역에 판매 사무소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 진출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나노는 현재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현장 실사와 샘플테스트를 마치고 올해부터 탈질촉매를 공급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미주 마케팅팀도 신설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환경 산업은 규제 산업이고 규제가 마련되면 시장은 자동적으로 커진다"며 "애초에 선진국에서 시작된 관련 규제가 신흥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선제적 투자와 해외 시장 개척으로 앞으로 3~4년 내 지금의 5배 이상의 수준인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 120억원은 모두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전환사채(CB)로 70억원 정도 투자를 받았는데 CB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부채로 잡히면서 현재 부채 비율이 200% 이상 올라갔다"며 "상장 후 CB 및 은행차입금 상환을 통해 부채 비율을 70%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도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이 더 나은 기업이 되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상장사로서의 지위가 해외 영업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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