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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분열

◎마셜 플랜이 시작된지 50년,유럽은 정치적 통합의 고통을 겪고 있다.미국은 지난 50년간 유럽을 보호하고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했을때 승리감에 휩싸인 것은 당연했다. 본국에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유럽에선 마음껏 뽐내고 자축했다. 지난 화요일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그는 러시아와 나토간 새 협약을 동서 화합의 황금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라고 묘사했다. 다음날 헤이그에서 그와 유럽 지도자들은 브라스 밴드와 만찬, 연설로 진행된 마셜 플랜 50주년 기념행사를 맞았다. 마셜 플랜은 이번 행사를 떠받치는 초석이었다. 클린턴은 향후 50년내에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이고 평화로우며 분열되지 않은 유럽이 탄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단한 진단이다. 그리고 유럽은 그같은 시도를 할 지 모른다. 분명히 그같은 아늑한 미래는 2차대전 이래 미국 대통령과 정책 입안자들이 추구해왔던 궁극적 목표다. 클린턴이 말하듯 그것은 「마셜 플랜의 진정한 꿈」을 실현시킬 것이다. 그러나 수사학적인 꿈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쉽게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분열과 불평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는 지난주 행사에서 직접 터져나오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 확장에 동의하는 협정을 최대한 축하했지만, 서명 직전에 그가 내쉰 극적인 한숨은 결코 거짓 연극은 아니었다. 러시아는 확대된 나토와 협의할 수 있지만 회원국은 아닌 것이다. 발트해 국가를 포함, 나토에 정말로 가입하고 싶어하는 동부 및 중부 유럽의 여러 국가도 회원국에서 배제됐다. 나토 회원국들은 구 바르샤바 조약 소속국들중 누구를 가입시켜야 하며 누가 비용을 떠안을 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직 불명확하고 낮게 책정된 듯해 보이는 이 비용은 향후 10년간 3백50억달러로 추정된다. 나토의 동진과 거의 동시에 유럽연합(EU)은 통화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도 어떤 국가는 가입할 것이고 일부 국가는 빠질 것이다. 이것은 상당부분 위로부터의 혁명의 성격을 띠고 있고 일반 시민의 반발은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현재 시민들은 호기스럽게 주권을 양도하는 것보다는 예산 삭감과 실업률 등과 같은 통화통합에 따른 대가에 대해 더욱 분개하고 있다. 실업률이 12.8%에 이르는 프랑스의 유권자들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퇴임하는 알랭 쥐페 총리에 집단적인 거부감을 표시함으로써 그같은 정서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1947년에는 마셜플랜에 대한 정치적 조건이 없었지만 미의회가 플랜을 위한 기금마련을 승인했을때의 유럽부흥법안 서문은 유럽합중국의 형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미국이 세계를 자신의 이미지로 재구성하려는 옛 야망처럼 보인다. 의회의 선택은 이념보다 안보에 의한 것이다. 유럽이 상호 살육을 멈추고 화합할 수 있다면 미국은 대서양 건너 유럽의 전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으로 하여금 동맹국에 대한 개입을 유도했으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유럽에서의 전쟁발발을 막았을 뿐아니라 오랜 적대관계였던 프랑스와 독일이 경제통합과 무역장벽 철폐를 추진, 점점 더 하나쁜 단위로서 세계를 접하고 있다. 이들의 번영은 대단한 것이다. 지난해 유럽의 국내총생산은 8조6천억달러에 달해 미국의 7조6천억달러를 능가했다. 오늘날 유럽인들은 유럽합중국이나 초연방국가를 생각하거나 논하고 있지 않지만, 유럽 각국의 통화정책과 이자율 책정 등의 주권국가의 고유권한을 오는 19개월후에부터 실시될 예정인 유럽중앙은행에 이양하려하고 있다. 오는 2002년에는 마르크 프랑 길더 등 유럽의 여러통화들이 사라지고 소문자e의 「유로」로 대체될 예정이다. 회권국들간의 환율변동위험을 없애고 통화정책을 조화시켜 인플레 발생을 막자는 것이다. 유로의 뒷배경은 경제적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것에 가깝다. 회원국간의 화합은 우선 국내정치면에서 정책결정 합의를 내릴수 있도록 하고, 차후에는 외교·국방분야에 까지 정책조화를 이루려는 것이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가 공동의 화폐를 가질 수 있을때 공동의 기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유럽통합의 기관차는 독일, 내년에 재선에 임할 예정이며 통화동맹과 유로의 존재를 보장해온 헬무트 콜 총리를 엔지니어로 보고 있다. 콜 총리는 독일이 강한 유럽연합에 머물러 있어야 하고 동서방에 대해 파과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비록 현명한 판단은 아니었지만,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의회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갑작스레 조기총선을 요구하면서 통화동맹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베네룩스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은 이미 통화동맹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아일랜드 스페인 핀란드도 노력중이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주 타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로는 본래의 예정시한인 99년 1월부터 유통될 것』이며 『이탈리아도 유럽통화동맹(EMU)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유럽국가들이 가입을 희망하고 있지만 스웨덴, 덴마크, 영국은 대표적인 예외국가다. 영국은 가입하는데 충분할만큼 건실한 경제를 갖추고 있지만 토니 블레어 총리는 1차로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다른 국가들에겐 가입조건이 문제다. 우선 EU회원국만이 가입할 수 있고 과거 바르사뱌조약국가들은 제외된다. 그 다음에 신청국가가 부딪치는 것은 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결정된 엄격한 가입조건이다. 첫번째 가입요건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최근 몇년간 복지제도로 대변되는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해왔다. 사실 독일과 프랑스조차 필요한 학점을 따낼 수 없다면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웃지못할 책략까지 동원되고 있다. 3%규정을 제일 먼저 주창한 것이 바로 독일이었지만 콜 총리도 정치적 흥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럽통화동맹의 창설과 더욱 강력한 유럽연합이다. 따라서 그는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한눈을 팔 필요가 없다. 1923년 전국적으로 예금통장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던 초인플레이션을 아직도 기억하고 몸서리치며 불평하는 독일인들에겐 그렇지 않다. 독일인들은 강력하고 믿을만한 통화를 소중히 여기고 있고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는 마르크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전망에 달가와하지 않는다. 만일 그들이 약화되거나 예측불가능한 유로화로 마르크화를 교환해야 한다면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덤빌 것이다. 우연이긴 하지만 새로운 1천년이 유럽인들의 아주 중요한 결정 및 시한과 맞아떨어진 것은 적절하다. 다음달 마드리드에서 열리게될 나토정상회담에서는 과거 바르사바조약국가중 최소한 3개국을 초청해 99년에 서방연합으로 합류시킬 것이다. 내년에는 유럽연합이 99년 출범을 목표로 통화동맹 조직에 나서고 EU 가입을 희망하는 중부유럽 및 동구국가들과도 협상에 나선다. 새로운 유로화가 실제로 유럽인들의 주머니에 들어가 결제대금으로 사용되는 2002년이 되면 일부 동유럽국가들은 나토 가입과 마찬가지로 EU가입을 환영받게 될 것이다. 구대륙의 이같은 구조 재편은 클린턴이 예측했던 것처럼 새로운 단결을 향한 첫단계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인해 강력하고 번영하는 국가와 허약하고 두려움에 떠는 국가들간에 또다른 대륙 분할을 만들어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브루스 W. 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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