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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기적 같은 재역전

제7보(130~168)

일본의 고수들 가운데는 바둑을 두면서 자기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와지 슈조(淡路修三) 같은 기사는 마구 부르짖으므로 대국 상대는 물론 진행자들까지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일본 기사들은 그것을 멋으로 여기는 일이 많은데…. 요즈음 청소년 기사들은 여간해서는 대국중에 입을 여는 일이 없다. 바둑교실의 교사들도 그것을 미덕으로 가르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수련은 바둑판 위의 온갖 변화를 익히는 공부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일선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박영훈도 어려서부터 자기조절의 중요성을 귀가 닳도록 배운 기사이며 그 방면의 수련은 너무도 잘 되어 있다. 만약 그가 자기의 실수에 감정을 상해 가지고 아와지9단처럼 부르짖었더라면 그의 재역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거의 끝나 버린 바둑판 위에서 기적 같은 일이 생겼으니…. 흑45가 패착이었다. 이 수가 놓이던 시점에서 눈에 띄는 큰끝내기는 딱 두 군데. 흑이 45로 막느냐, 47의 자리에 막느냐가 과제였다. 이것은 아마추어라도 얼마든지 정답을 맞힐 수 있는 평이한 산수문제였다. 정답은 우하귀의 47이었다. 백인 46으로 뛰어드는 순간 바둑은 재역전된 것이다. 최정상급 기사로 세계선수권까지 차지한 경력을 지닌 위빈이 왜 이런 기초적인 문제를 놓쳤는지는 알 수 없는 일. “운이 좋았어요.” 박영훈은 이 한마디로 해설을 마쳤다. 168수 이하줄임 백 1집반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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