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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처럼 사라진 '골드금융 파티'

美 국채등 안전자산 선호에 금값 고점대비 25% 급락<br>관련상품 수익률도 휘청


지난 2000년 이후 금값은 6배 가까이 상승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태환 정지를 선언함에 따라 화폐 지위를 상실했던 금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금융ㆍ재정위기 여파로 금은 지난해 온스당 2,000달러선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안전한 투자자산으로서의 지위를 한껏 누렸다.

10년의 영광이 저무는 것일까.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지위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금값은 최근 고점 대비 25%나 급락했다. 금을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미국과 독일 등의 국채, 달러화가 부상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리스ㆍ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달 들어서만도 7%나 수직 하락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이전 거래일보다 20.20달러(1.3%) 떨어진 온스당 1,551.00달러를 기록했다. 30일에는 소폭 상승했지만 기술적 반등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 주변의 투자자산시장도 추세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주요 투자수단이었던 금을 투자 대상으로 했던 다양한 직간접 상품들은 수익률이 휘청거리고 있고 유럽발 악재로 미국 국채와 독일 국채, 달러화 등 안전자산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금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방향을 잃었다. 장롱에 돌반지를 모아둔 채 치솟는 금값에 환호성을 지르고 앞다퉈 골드뱅킹의 금 관련 예금에 들기 위해 은행을 찾았던 사람들 사이에 탄식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신한ㆍKBㆍ우리은행이 골드뱅킹 상품을 판매하는데 단기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3%에 달한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에도 최근 일주일 수익률이 -5% 안팎이나 된다. "적정시점에 잘 매입했다"고 평가했던 한국은행의 금 투자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금을 매입했다. 25톤은 온스당 1,540달러에 구입했고 15톤은 1,750달러에 매입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관점에서 금을 매입한 것은 아니다. 좀 더 긴 흐름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나 '뒷북 매입'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경계심은 흘러 나온다.

물론 금 시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골드뱅킹 상품을 판매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하락세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만큼 장기 추세로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 조치를 꺼내면 금이 이내 최고의 투자자산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비관론도 적지 않다. HSBC 금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스틸은 "미국과 독일의 국채가 안전자산 측면에서 금을 능가하고 있다"면서 금값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글로벌 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황금에 투자한 사람들의 환호와 탄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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