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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초점] ④ 한국축구, 사령탑의 전략으론 '한계'

"물론 전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술적인 성장이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 본선에서 안타깝게 16강 진출이 좌절된 아드보카트호의 홍명보(37) 코치가 24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와 마지막 경기 직후 한 말이다. 홍 코치는 비교적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한국축구의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대응 능력과 선수 개개인의 전술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대 원정 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또 전국민의 열정적인 성원을 등에 업고 여한없는 선전을 펼쳤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무려 52년 간이나 기다려온 원정 첫 승을 올렸고 1998년 월드컵 우승국 프랑스를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으로 몰아붙이며 대등한 경기를펼쳤다. 마지막 스위스전에서도 비록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에 추격 의지가 꺾이기는 했지만 조별리그 세 경기 가운데 가장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번 월드컵을 되돌아본다면 더 이상 한국축구가 감독의 전략. 전술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 인식에 접하게 된다. 딕 아드보카트(59) 감독은 본프레레호 시절 잇단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한국축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선수들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지만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함으로써 한국축구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 핌 베어벡(49) 수석코치는 "우리 팀은 매우 공격적인 시도를 했지만 실망스러운결과를 받아들었다. 2002년과 비교하면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월드컵에 대비할 수없었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아드보카트호는 히딩크호와 달리 시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특단의 '파워 프로그램'을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90분 내내 체력적으로상대 팀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전반보다 후반에 내용이 좋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체력과 맞물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13일 토고전에서 전반에 불의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수비수 김진규(이와타) 대신 안정환(뒤스부르크)을 투입해 4-2-4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는 '매직 용병술'을 구사해 역전 드라마를 썼다. 19일 프랑스전에서도 전반엔 내내 수세에 몰렸지만 후반 설기현(울버햄프턴)을측면에 투입하면서 활로를 뚫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위치를 두 번 바꿔가며 끝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스위스전에서는 한 번도 중앙에 서지 않았던 이천수(울산)를 섀도 공격수로 넣고 전면 공격이 절실해진 후반에는 안정환을 투입해 공격수 숫자를 순간적으로 5명까지 늘리는 모험 전략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에 사령탑의 총제적인 전략을 성공적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피말리는 승부처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용병술이 돌파구를 열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멀리 20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한국축구가 이제는 선수 개인의 기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략 아래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담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더라도 일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축구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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