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에 대한 걱정이 많다.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자산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 주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논의가 많다. 이런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는 점이 있다. 바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정책이 각각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과거에 겪었던 대공황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경기침체기에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어 물가상승이 우려되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994년에 3%였던 정책금리를 불과 1년 만에 2배인 6%까지 올리기도 했다.
미국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정책금리와 실물경제의 중간에 있는 장기금리의 완충 역할 덕분이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장기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장기금리는 정책금리와 달리 시장에서 결정되며 정책금리에 비해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정책금리의 변동이 높더라도 대출금리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되고 한 단계 낮은 변동성이 실물경제로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대출의 경우 장기 고정금리 계약이기 때문에 차입자가 부담하는 이자총액은 금리변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장기금리가 변하더라도 기존 차입자의 대출금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돈을 빌리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금리가 전체 평균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완충 기능 덕분에 정책금리 변동폭을 넓힐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등 단기금리에 장기대출 금리가 연동돼 있다. 정책금리 인상이 단기금리에 바로 영향을 주고 대출금리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단기금리가 변하면 신규 차입자뿐 아니라 기존 차입자들의 차입금리도 변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서 부담하는 이자 지급금액도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미국과는 달리 이중의 완충장치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인하 효과는 강력하지만 반대로 금리인상 시기에 나타나는 긴축효과 역시 크다. 따라서 금리인하 시기에는 미국을 쉽게 따라 내리지만 인상 시기에는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비대칭적 행태를 보이기 쉽다. 게다가 지금은 가계부채 규모도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대한 저항이 크다.
미국이 오랜 기간에 걸쳐 금리를 천천히 높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금리를 높인다면 한국은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에서 주목해봐야 할 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의 차이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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