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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교포들이 몰려온다
입력1999-05-09 00:00:00
수정
1999.05.09 00:00:00
한상복 기자
「교포들이 몰려온다.」미국과 일본의 교포들을 중심으로 한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바람이 불고 있다. 교포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퇴출은행 본점 사옥·지방 호텔·대형 나대지 등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헐값에 공매시장에 나온 부동산을 사기 위해 속속 고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국내의 「큰손」들이 증시로 달려드는 사이 교포들은 차분히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어 대조적이다. 교포들의 이같은 투자열풍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공매부동산 매입열기=교포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한 뒤 은행의 압류조치를 거쳐 성업공사로 넘어간 물건들. 부동산 값이 워낙 떨어진데다 이들 물건이 시세보다 훨씬 낮게 잡혀 있어 IMF 이전 시세의 절반 정도면 공매를 통해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약세가 장기화하는 것도 교포들의 국내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퇴출된 경기·충청·대동은행의 본점 사옥이 교포들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재룡(鄭在龍) 성업공사 사장은 『일본이 장기불황을 보임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재일교포들과 최근 호황으로 큰 돈을 번 미국교포들이 국내 부동산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교포들이 원하는 부동산을 골라내 오는 6월께 공매를 거쳐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퇴출은행 본점사옥부터 나대지까지=성업공사가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한 투자설명회에서 교포 기업인들은 대구 수성동의 대동은행 본점사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 교포기업인은 『인수한 뒤 호텔로 개조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동은행 본점사옥은 지상20층 지하3층, 연면적 1만2,711평 규모로 지난 97년 3월 완공된 최신형 건물이며 장부가만도 767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물건이다. 일본교포들은 경기은행의 인천 구월동 본점사옥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는데 장부가만도 500억원에 이르는 이 건물의 공매가는 36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일본 교포들은 공사 중 부도를 내는 바람에 성업공사로 넘어간 제주도 옛 에메랄드 호텔, 군산 관광호텔,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산 해운대 나대지(감정가 200억원 상당)를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미교포들은 충청은행의 대전 오류동 본점사옥과 둔산동 신축사옥을 비롯한 대형빌딩들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수구초심(首丘初心)형 투자=나이 많은 재일·재미교포 1세들 사이에서는 향수(鄕愁)성 투자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시절, 새로운 삶을 위해 고국을 등졌지만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 성공을 거두다 보니 고향이 눈앞에 가물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투자배경.
최근 성업공사를 찾은 재일교포 사업가 오카모토(岡本)씨는 「뿌리 찾기」를 위해 부동산 인수에 나선 케이스. 『고향인 부산에 주택을 장만해 수시로 손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한국의 얼을 심어주겠다』며 성업공사에 적당한 물건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성업공사 관계자는 『원화약세가 장기화하자 한국에 집을 장만하려는 일본과 미국의 교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포들이 고국의 부동산 시세에 어두운데다 세금·외환관리법 등 관련제도를 잘 몰라 그동안에는 투자에 관심이 없었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을 방문, 교민들에게 투자를 호소한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LA지역 교민들은 최근 성업공사에 『공매 부동산 정보를 수시로 파악할 수 있게 미국에도 지부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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