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쌀ㆍ쇠고기ㆍ자동차 등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압력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등 막판 지원공세에 나섰다.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곳은 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민주당 의원들은 29일(현지시간) 주요 품목에 대한 한미 FTA 진행성과가 미흡하다며 더욱 강경한 협상노선을 요구하는 등 측면지원에 나섰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중진의원 4명은 이날 수전 슈워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양국간 FTA 협상 진행에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시했다. 펠로시 의장 등은 서한에서 “자동차 분야의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데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USTR가 제출하려고 하는 방안은 미국 상품이 한국의 ‘철의 장막’에 막힌 상태에서 전혀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한국과의) 자동차 교역에서 1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간 전체 무역적자의 82%에 달하는 수치”라며 “지난해 한국은 70만대를 판 데 반해 미국은 겨우 4,000대를 팔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하는 등 “협상에 중요한 노선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찰스 랭글 미 하원 의장 등 민주당 의원 12명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등 주요 무역대상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부시 행정부가 지난 5년간 미국산 제품 및 서비스ㆍ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USTR가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8개 주요 무역 상대방과 불공정 무역에 대한 긴급협의에 나서고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콜린 피터슨 미 하원 농무위원장 역시 전화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협상이 ‘잘되지 않고 있다(were not going well)’는 얘기를 들었다”며 “농업에 이득이 되는 합의를 얻어내는 게 중요하며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쌀도 시장 접근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마이크 조핸스 미 농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전미 목축업협회 연설에서 국제수역기구(OIE)가 오는 5월 미국에 대해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한국과 일본’을 지칭하며 “우리는 교역 대상국들이 OIE의 수입조건을 받아들이고 모든 연령대의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을 전면 수입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미 FTA 협상이 막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이 OIE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한다면 (미국) 상원에서 FTA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핸스 장관은 또 “나는 ‘한국에 쇠고기를 팔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한국은 매우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무역여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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