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이 수출채권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정황이 확인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도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분식회계 등 회계기준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감리에 들어갔다.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전업체 모뉴엘 사태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감독 당국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모뉴엘과 잘만테크는 각각 가공 매출을 계상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양호하게 포장해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관세청은 모뉴엘이 서류를 조작해 수출채권을 금융권에 판매한 혐의를 잡았다. 관세청은 비상장사인 모뉴엘이 수출액을 부풀려 관련 서류를 조작하고 은행에 수출채권을 할인 판매한 정황을 수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도 모뉴엘이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수법으로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수천억원을 불법대출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의 분식회계에 대한 제보가 접수돼 감리에 들어갔다. 잘만테크는 지난 1999년 설립된 컴퓨터 냉각장치 전문업체로 2007년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모뉴엘이 2011년 잘만테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됐다. 잘만테크의 지분은 올해 6월 말 기준 모뉴엘과 박홍성 모뉴엘 대표가 각각 60.28%, 0.13%를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잘만테크의 현 대표도 박 대표의 친동생인 박민석씨여서 사실상 가족회사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모뉴엘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4일까지 수출입은행 등 여신 은행들을 상대로 모뉴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무역금융 과정에서 가공매출 허위 작성이나 부실 대출심사 등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
모뉴엘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중소 가전업계는 모뉴엘 사태가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매출채권 등을 은행에 넘기고 이를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팩토링 금융 등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모뉴엘 사태로 중소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며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엄격하게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번 일로 대출 자체가 힘들어지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뉴엘 협력업체의 도산도 우려된다. 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연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모뉴엘에 직접 납품하는 업체와 2·3차 협력업체는 모두 약 1,000여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형 가전업계의 혁신업체로 주목 받던 모뉴엘은 이달 20일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이 금융권에서 빌린 여신 규모는 1금융권 5,900억원, 2금융권 200억원 등 총 6,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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