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애플·트위터·아마존 등 정보기술(IT)기업이 지닌 정보력·접근성·영향력이 금융 부문과 결합하면 강력한 자산운용상품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PwC는 "펀드매니저들이 IT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IT기업이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다음달 유럽에서 페이스북 친구끼리 전자화폐를 주고받고 국외 송금을 하는 서비스로 금융업에 진출한다. 구글도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구글은 이미 영국에서 전자화폐 발행권한을 받아놓았다.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모바일 결제서비스 '구글 월렛(지갑)'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월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바일 결제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IT기업들도 게임·유통·전자상거래 중개 등을 넘어서 금융 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꼽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 머니마켓펀드(MMF)를 판매해 1년 만에 650억달러(약 67조6,000억원)를 끌어모았다. 탄센트는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차이나 AMC'가 운용하는 펀드를 지난 1월 출시해 40일 만에 8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메신저업체 카카오가 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카카오는 금융서비스인 '뱅크월렛 카카오'를 올 상반기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한 사생활 보호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투자자 마음을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IT전문 시장분석기관 어븀(Ovum)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이 SNS의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은행을 신뢰한다는 응답자 비중은 43%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주고 있어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면서도 "국내에서는 비금융회사의 금융서비스가 자칫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보안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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