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 인스프리트는 해마다 미국 티모바일과 삼성전자에서 일정액의 기술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다. 휴대폰 등의 대기화면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기모드 제어 분야에서 원천기술 및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스마트폰 열풍 등을 타고 글로벌 업체의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스프리트는 지난 2000년 설립 당시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등록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 같은 노력은 이제 회사에 알토란 같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심재철 인스프리트 전무는 "덩치가 작은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은 바로 기술자산에서 나온다"며 "창업 초기부터 특허 활용에 대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산업계에 '특허는 돈이자 곧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허경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특허를 제대로 활용해 일반 영업활동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도 이제 특허를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높은 수익을 창출해내는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특허 관련 분야를 꼼꼼하게 챙기고 전문인력과 전담부서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왕성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화우테크는 CEO가 일찍부터 핵심기술 보호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갖추고 이를 귀중한 경영자산으로 삼고 있는 케이스다. 유영호 화우테크 사장은 LED 조명사업 진출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등록 등으로 철저히 무장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 월등한 기술력과 특허를 갖춘 화우테크는 2008년 단지 기술만 제공하고도 일본 파트너의 자금을 유치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화우테크 입장에서는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앞세워 전체 지분의 절반이나 확보하고 공동경영권을 행사할 정도로 유리한 합작 조건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처럼 특허경영에 성공한 기업들은 한결같이 경영진에서 특허에 대한 중요성을 초기부터 인식하고 핵심이 되는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했으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또 이들 기업은 회사 내부에 특허 관련 업무만 전담하는 인력을 갖추고 직원들의 특허출원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보상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다는 게 현실이다. 자본이나 인력, 특허 마인드 등이 부족하다 보니 곳곳에서 특허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나름의 특허전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IP 전담인력이나 직무발명 보상규정 보유 비율이 각각 9.6%, 25.5%에 머무는 것도 이 같은 열악한 여건을 여실히 보여준다. A사의 경우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주력상품에 대한 신규 브랜드를 만들고 카탈로그ㆍ레이블이 부착된 제품까지 만들었다가 뒤늦게 브랜드를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여 낭패를 보고 말았다. 이 회사는 결국 모든 제품을 소각처리해 10억원의 손실을 봤을 뿐 아니라 1년간의 사업전략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만약 회사 내부에 전담직원을 두고 관련 사항에 대한 사전조사만 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악재인 셈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특허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보니 본격사업화 단계에서도 특허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한다"며 "따라서 사전적인 예방이 불가능하고 국내외에서 특허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처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CEO들이 특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내부에 전략적 조직을 두는 등 공격적인 지식재산(IP)경영을 실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허법인 다래의 백순구 변리사는 "중소기업 사장들과 상담을 해보면 막연히 IP경영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IP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받고 보유특허와 업계 상황 등을 따져 회사 형편에 맞는 지식재산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민간 IP 전문가 등의 컨설팅을 받아 내부에 특허전담조직을 두고 전략적인 특허관리경영에 나선 기업들은 매출 상승과 핵심특허 출원 증가 등에서 톡톡히 효과를 봤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8년 지식재산경영 컨설팅을 받은 84개 기업들은 일반 기업들의 지재권 출원이 전년에 비해 16.3% 감소한 것과 달리 오히려 15% 늘어났으며 매출액도 7.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컨설팅을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지식재산경영이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며 "지재권 출원부터 등록ㆍ유지관리까지 특허사무소에 일임해오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앞으로도 지식재산권을 전략적으로 접근해 회사 경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구조를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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