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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경기침체와 향후 정책방향
입력1997-11-17 00:00:00
수정
1997.11.17 00:00:00
정상범 기자
◎일단은 재정·경기 동시사냥 선택/구조적 불황 위기감 확산… 극약처방 목소리도/시나리오 1-재정개혁 포기 공공사업 확충/시나리오 2-규제 대폭철폐 정보통신 승부/시나리오 3-세출삭감 단행 예산배분 수정일본에서는 요즘 「고령화 불황」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올초의 소비세·보험요율 인상, 연금급여 인하 등 고령화시대를 대비한 각종 대책이 경기 회복을 짓누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붕괴 불황」, 「세기말 불황증후군」, 「우왕자왕 경기」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모두 지금의 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며 그만큼 경기 회복도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을 반영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벌어졌던 경기논쟁도 지금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일시적인 정체상태라고 고집했던 정부조차 심각한 단계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일본은 지금 70년대 중반 석유파동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에 휩싸여 있으며 본격적인 경기 후퇴국면에 진입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6월중 경제 성장률은 연율로 따져 두자릿수의 마이너스를 기록, 올해 성장률의 당초 전망치인 1.9%는 이미 물건너간 얘기가 됐다.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없다면 1%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소비부문 위축. 주택 건설이나 공공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재고물량이 쌓이는가 하면 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다. 상업용지 가격도 지난 90년 최고치의 30%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동남아 통화위기로 흔들리면서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도 한계에 부딪혔다. 위기에 몰린 일본은행들이 미재무부채권을 대량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수출 이윤폭 감소, 악성부채 증가, 고율의 세금, 성장률 하락 및 투자심리 위축 등이 한꺼번에 벌어지면서 일본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관심은 일본정부의 정책방향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재정과 경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얼마전 내년도 공공지출을 7% 줄이는 한편 향후 2년간 동결키로 결정한 것도 재정구조 개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재정구조 개혁의 전제조건인 「완만한 경기회복」이 무너진데다 아시아 금융혼란마저 겹쳐 대장성의 운신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감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능한 일본정부의 선택방향은 크게 3가지 시나리오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재정구조 개혁방침을 포기하고 공공사업 확충, 세금 감면 등 과거처럼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불필요한 세출 감면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단행하면서 정보통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세출 삭감이나 예산 배분구성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 거론되고있다.
이중 첫번째 안은 경기부양효과가 크더라도 만성적인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안게되는 부담이 따른다. 두번째 안은 실행이 힘들지만 가장 훌륭한 개혁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고도정보화나 고령화시대를 앞둔 체제 정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종합대책을 준비중인 정부는 일단 규제 완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보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책과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긴축재정을 포기하고 세제 개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오는 18일 경기활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정부가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지 세계금융계는 주목하고있다. 일본의 경기대책이 아시아 금융위기의 해결에 중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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