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끝난 후에 외환은행 재인수 대금을 납입하기로 합의한 것은 론스타의 불법성 여부가 확인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합의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염두에 두고 글로벌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론스타를 배불려 먹고 튀도록 방조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무마시키기 위한 전략일 뿐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이처럼 배수진을 친 것은 정밀 실사기간을 늘려 론스타의 외환은행 경영과정에서의 하자를 발견, 인수가격을 낮추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홍(사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는 외환은행 재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며 “만약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론스타의 불법적인 행위가 나타난다면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계약 해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주 전윤철 감사원장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의 원천 무효화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후 국민 여론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론스타도 한국의 여론을 의식, 지난주 말 국민은행이 요구한 ▦검찰 조사 및 감사원 감사 이후 대금 납입 ▦실사기간 3주 연장을 받아들여 외환은행 재인수 협상에 국민은행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론스타와의 합의사항만으로 국민은행의 입장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터져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의 불법적인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법률적인 검토를 충분히 거쳐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여론에 떠밀려 (외환은행 인수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자체를 해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해지를 염두에 두고 인수협상을 진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또 론스타가 형사처벌을 받아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대주주자격이 박탈돼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형사처벌 후 6개월 내) 처분을 받게 되는 것도 걱정이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강제매각 처분은 인수가격을 디스카운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만 주변 여건이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실적이 매년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매각 결정시 국민은행이 주춤거릴 경우 시간에 쫓기는 론스타가 해외 금융기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의 가장 큰 걸림돌인 ‘시간이 곧 비용’인 것도 문제다. 특히 외환은행의 실적이 올해 말 전년 대비 신장될 것이 확실시되는 과정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다가는 오히려 외환은행 몸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 부행장은 “외환은행의 2005년 말 실적을 기준으로 매각가격을 산정하기로 론스타 측과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기회비용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실사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5월12일을 전후해 인수대금 납입기한에 대한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만약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자문사와의 수수료 문제 및 인수자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을 감안해 론스타와 최종 인수대금 납입기한에 대해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번에 국민은행과 론스타 측이 합의한 검찰과 감사원 조사 종료 후 납입대금 지급 조건이 시간에 떠밀릴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어떠한 돌발변수가 나와도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며 “국민적인 여론을 진정시키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상환변수에 따른 다양한 대책을 끊임없이 쏟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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