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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추세땐 외화예금 가입해볼만
입력2000-11-21 00:00:00
수정
2000.11.21 00:00:00
환율 상승추세땐 외화예금 가입해볼만
요즘 환율이 올라간다고 야단들입니다. 물론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4월3일에는 1,103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이 11월 16일에는 1,135원 70전으로 올라갔습니다. 불과 7달 사이에 거의 3%나 오른 셈입니다.
예를 들어 환율 1,103원 일 때 1,103만원을 내고 1만 달러를 바꾼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우리 돈으로 따져서 1,136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셈입니다.
앞으로 무역 수지 악화,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 아시아 통화 불안 등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많기 때문에 환율은 더 올라가서 연말까지는 1,150원, 내년 상반기에는 어쩌면 1,200원이나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환율이 내년 4월에 1,250원까지 간다면 달러 재산가치는 똑같지만 우리 나라 돈으로 따진 재산가치는 1년만에 1,103만원이 1,250만원으로 재산이 불어나는 셈입니다. 연 13.3% 수익률을 거둔 것이지요. 게다가 내년에는 외환 보유가 자유롭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달러를 알면 새로운 재테크 기회가 보인다는 말이 유행입니다.
◇외화 예금을 하면 어떨까?=김 돈만 선생은 올해 4월초에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미화 1,000달러를 우리 돈 110만원으로 환전하지 않고 시중은행의 외화 예금 통장에 예금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제일 무섭고, 그 다음이 외환관리법이란 이야기가 언젠가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화를 추구하는 시대이니 우리 나라 국민은 누구나 1인당 1만달러까지는 달러를 소지할 수 있도록 외환 관리법이 바뀌었고, 외화 예금은 한도 제한없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화예금을 찾을 때는 반드시 원화로 환전해서 찾아야 합니다.)
외화 정기예금은 대개 연 7% 정도 이자를 줍니다. 국내 금리보다 높은 편입니다. 만약 지금 1달러= 1,150원이 됐을 때 김 돈만 선생이 외화 예금을 찾는다면 우리 돈으로 얼마나 될까요? 우선 1,000달러에 대해서 7%의 이자가 붙으니 1년이 지난 연말에 통장 잔고는 1,070달러. 이 돈을 1달러= 1,150원의 환율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는 123만원이나 됩니다. 1년간 외화 예금에 맡긴 덕에 13만원의 이익을 본 셈입니다.
세전수익률로 따지면 22%나 됩니다. 어디 가서 세전 수익률이 이 정도 되는 금융 상품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이자 수입 7%에 환차익 4.8%를 벌어들인 셈이니 요즘처럼 환율 급등으로 울상 짓는 와중에서 유독 김돈만 선생이 희희낙락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물론 이 경우에도 전혀 밑천이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이자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외화 예금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쳐서 22%를 원천징수합니다.
그러나 외화예금에 대한 이자는 70달러에 불과하므로(내년부터 바뀌는 세율을 적용해서) 16.5% 세금을 부담해도 11달러 50센트. 세후 1,058.5달러를 연말 예상 환율 1150원으로 환산하면 자산 가치가 121만원이 넘습니다. 연간 세후 수익률이 10%나 되는 셈입니다. 환율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예상을 한다면 아주 좋은 금융 상품이지요?
◇정말 세후 10%나 됩니까?=김돈만 과장으로부터 이런 무용담(?)을 들은 한심한 선생은 속이 쓰립니다. 이런 좋은 걸 혼자만 두고 아껴 먹다니. 아낄 게 따로 있지. 그래서 당장 정기예금을 해약해서 1140만원을 찾았습니다. 물론 외화 예금을 하기 위해서. 시중 은행 대부분이 외화 예금을 취급하므로 금융기관을 찾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환율이 1140원이라면서요? 여기 1,140만원이 있으니 1만달러로 바꿔서 외화 예금 해 주시요" 한심한 선생이 말하자 은행 직원은 돈이 모자란단다고 합니다. "환율이 1달러에 1,140원 아닙니까?" 되물으니 은행 외환계 직원은 환율이 1,140원인 것은 맞지만 한심한 선생의 경우에는 그렇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외화 예금에 가입하려면 우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합니다. 그러니 한심한 선생에게 적용하는 환율은 전문적인 거액 외환 거래에 적용하는 매매기준율이 아니라 개인이 원화를 전신환으로 환전할 때 적용하는 1달러=1,150원으로 환전해야 합니다.
그러니 1,140만원으로는 약 9,913달러를 바꿀 수 있을 뿐이지요. 일단 우리 돈을 미국 돈으로 환전하는 예선 게임을 치르면서 0.9%의 코스트가 들어간 셈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메인 게임에서 이자소득세 등 (내년부터) 16.5%를 떼야 하고, 나중에 달러를 은행에 팔고 우리 돈으로 바꿔서 찾으려면 환전 수수료를 또 0.9% 정도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1년 후 환율이 1200원으로 올랐다고 해도 세후 수익률은 9.5%가 됩니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1년 만기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세전 7%, 세후로는 6%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숫자상으로는 이익이라는 이야긴데, 관건은 환율입니다.
과연 1년 후에 1200원으로 올라가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하지요. 하기야 외화정기예금은 3개월 만기로 갱신할 수 있으니 당장 3개월 앞의 환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베팅할 만 합니다.
/문의 : myidea@unitel.net
입력시간 2000/11/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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