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연기금들이 배당주 투자를 확대하면서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1%대 저금리 시대에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마저 배당주 투자를 늘리면 수급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통상 배당주 투자성과는 연초나 연말보다는 3~4월에 좋은 만큼 미리 포트폴리오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배당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17일 국내 배당주형 위탁 운용사 6곳을 선정하고 이르면 5월 초부터 배당주 투자를 시작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투자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월 배당주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베어링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 등 위탁운용사 4곳을 선정하고 400억원씩 총 1,600억원을 집행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올해 안에 배당주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의 큰 손들이 잇따라 배당주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의 전망도 밝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 배당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배당주 주가가 유동성을 토대로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고배당 종목보다는 앞으로 배당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당 이슈가 잠잠한 3~4월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조기 배당투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주의 성과를 월별로 살펴보면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연말이나 배당락 이후인 1~2월에는 배당주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오히려 3~4월 투자 성과가 좋은 편"이라며 "배당 이익을 목적으로 연말 배당주를 매입한 차익·비차익 프로그램 매매 세력의 청산 작업이 마무리되는 1~2월 이후 가격 매력이 높아진 배당주를 미리 사들인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배당수익률 상위 20% 기업에 투자했을 때의 월별 수익률 평균을 집계한 결과, 3월(2.5%)·4월(2.2%)의 성과가 연초인 1월(-0.1%)·2월(1.2%)이나 연말인 11월(0.1%)·12월(2.1%)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연기금의 배당 투자 확대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종목에 주목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할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이 풍부하고, 앞으로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기금이 주목할 배당주의 조건으로 △코스피·코스닥 포함 시가총액 상위 300위 이내 △일평균 거래대금 최소 10억원 이상 △최근 5년간 연속 배당지급 △최근 5년간 적자기록 없음 △최근 3년간 매년 연속으로 배당증가(현금배당 기준)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 60% 미만 등을 제시했다.
국내 증시에서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삼성물산(000830)·엔씨소프트(036570)·동서(026960)·리노공업(058470)·현대모비스(012330)·SK C&C·아모레G(002790)·오리온(001800)·롯데칠성·현대그린푸드·한세실업·CJ CGV·솔브레인 등 총 15개 기업이다. 특히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그린푸드·롯데칠성 등 5개사는 우정사업본부가 배당주 위탁 투자의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한국거래소 '배당성장지수'에 편입돼 있어 다른 연기금들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IBK투자증권은 기존 한국거래소 배당성장지수 편입 요건에 △부채비율·이익잉여금 등 재무건전성 요건 △시가총액·일평균 거래대금 등 시장성 요건을 추가로 반영해 국민연금의 배당주형 벤치마크 지수인 'NPS-KRX 배당지수' 후보 종목 19개를 선정했다. 한미반도체·GKL·서원인텍·리노공업·한라비스테온공조·KCC·에스에프에이·GS홈쇼핑·자화전자·빙그레·고려아연·파라다이스·오뚜기·에이블씨엔씨·뷰웍스·현대모비스·인바디·세운메디칼·삼성SDS 등이다.
김경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 등은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도 양호해 국민연금의 배당지수에 편입될 자격이 있다"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배당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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