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를 상대로 하자보수 소송을 유도한 후 해당 변호사로부터 성공보수의 일정 부분을 거간비로 챙기는 아파트 건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 브로커는 주로 진단업체 출신 건축 전문가들로 시공사의 무료 하자보수 기간이 끝난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입주자를 상대로 하자보수 소송을 체결하도록 한 다음 변호사로부터 많게는 성공보수의 절반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브로커 비용은 고스란히 변호사 수임료에 전가돼 아파트 입주민들의 소송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의 하자보수 배상 판결액은 보통 수십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A변호사는 B건설ㆍS건설산업 등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만 100여개를 진행 중이다. 서초동에서 건설업체를 주고객으로 두고 있는 C변호사는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을 당한 건설업체를 대리하고 있는데 5~6개 건설업체 모두가 똑같은 변호사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처럼 특정 변호사에 소송이 몰리는 것은 건설 브로커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L변호사는 “최근 건축공학과 박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다”며 “알고 봤더니 진단업체 출신 건축 전문가로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건설 전문 재판부인 민사27부의 이세라 판사는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은 대부분 균열과 누수 등의 문제로 시작된다”며 “소송이 제기되면 시공사와 입주자간 합의를 유도하지만 재판으로 가면 결국 건축 감정인의 하자보수 배상액에 근거해 손해배상 액수를 판결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이 건축업체의 부실 시공에 대한 입주자의 권리를 찾는 측면이 있지만 건설 브로커들이 이를 악용해 불법적인 알선비를 챙기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모 변호사는 브로커를 통해 수십건의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을 수임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변호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브로커와 마찬가지로 건설 브로커는 소비자(의뢰인)와 공급자(변호사)간 시장정보 부재를 틈타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문 브로커들이 중간에 끼어 알선비를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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