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그만 가게 차리려는 사람들 '날벼락'
영세사업자 3곳 중 1곳 가게 열어봐야 1년도 못 버텨KDI 실태 보고서매년 76만개 신설·75만개는 퇴출음식·숙박업 밀집도 美·日보다 높아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한국일보 DB
빵집·분식점 등 시장에 새로 진입한 영세사업체 3곳 중 1곳은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사업체가 몰려 있는 음식·숙박업은 밀집도(1업체당 인구)가 86.4명으로 늘어나는 등 레드오션 현상이 더욱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내놓은 '영세사업자의 실태' 보고서를 보면 국내 5인 미만 영세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65~75%였다. 새로 진입한 영세사업체 3곳 중 1곳은 1년 이내 사라졌다는 뜻이다. KDI는 '전국사업체조사' 통계를 기초로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전체사업체 320만여개를 패널화해 분석했다.
이 기간 매년 평균 76만6,000개의 사업체가 새롭게 진입했고 75만2,000개는 퇴출됐다. 전체 사업체 수의 4분의1에 가까운 사업체가 매년 명멸한 것이다. 영세사업체의 3분의1이 1년 내 문을 닫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율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떨어진 셈이다.
업종별 영세사업체의 평균생존기간을 보면 여관업(5.2년)이 가장 길고 이어 치과의원(4.9년), 기타 관광숙박시설(4.5년), 한의원(4.5년), 일반의원(4.5년), 가정용 세탁업(4.5년), 노래연습장 운영업(4.4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거나 초기 투자비용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생존기간이 짧은 업종은 스포츠 교육기관(2년), 셔츠 및 기타 의복소매업(2.1년), 남녀용 정장 소매업(2.2년) 통신기기 소매업(2.3년) 등이다.
전체 사업체의 평균영업이익율은 2000년 14.7%에서 2009년 9.9%로 줄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급속히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체당 영업이익의 절대수준은 덜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매출액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종사자 수 5~9인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9,9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10~99인은 3억2,000만원에서 2억4,300만원으로 각각 큰 폭으로 줄었다. 영세사업자들은 3,2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현재 영세사업자들은 수입의 절대액수 자체가 적고 증가율이 국민소득 증가율이나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영세사업체가 대거 몰려 있는 음식·숙박업의 레드오션 현상도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숙박업의 밀집도(사업체 1개당 인구·숫자가 낮을수록 전체 인구 대비 해당업체 종사 인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는 2000년 84.7명에서 2009년 86.4명으로 늘었다. 이는 일본(161.7명)에 비해 2배, 미국(329.1명)보다 4배 많은 것이다. 이재형 KDI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영세사업체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레드오션이 돼버린 음식·숙박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