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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 PB상품 무기로 영향력 확대

■ 유통이 생산 좌우한다의류매출의 50%… 가전등 고가제품도 PB화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김민자(38)씨는 할인점에서 쇼핑을 할 때 가장 먼저 자기가 찾고 있는 품목에 자체브랜드(PB)상품이 나와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 값이 싼데다 해당 할인점이 직접 품질을 보장,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직접 기획, 판매하는 PB상품이 급증하면서 유통업이 제조업의 경영전략까지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고객의 기호변화에 부합하는 값싸고 특화된 PB상품으로 승부를 걸면서 제조업체의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생산계획수립까지 주요 경영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기획, 마케팅, 영업 등의 업무를 유통업체가 전담,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여기에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 생산에만 전념하면서 효율성도 높일 수 있어 '윈-윈(win-win)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거세진 유통업체 목소리 교보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조6,000억원으로 국내 소매유통시장의 9.7%를 차지한 할인점 매출이 2004년에는 26조원, 점유율 18.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백화점, 대형슈퍼, TV홈쇼핑 등의 매출증가세를 감안하면 수년 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국내 소매 유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AC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미 식품의 경우 대형유통업체들의 매출비중이 96년 25.3%에서 올 상반기 44.3%로 뛰어올랐다. 유통업체간 경쟁격화로 특화 된 상품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PB 상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 97년 PB상품을 첫 출시한 이래 올해 PB상품 품목수 3,400개, 매출비중 16%를 올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2004년에는 품목수 8,000개 매출비중 4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 마그넷, 삼성 홈플러스 등도 PB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업체들과 상품기획, 브랜드 이미지 구축 및 디자인 개편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PB 영역파괴 가속화 식품, 생활용품 등 생필품 위주였던 PB 상품은 최근 패션, 가전 등 고가 상품으로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할인점, TV홈쇼핑 등은 코오롱 같은 대형 패션기업은 물론 중소패션업체, 디자이너 브랜드 등과 제휴, 신사복ㆍ숙녀복ㆍ아동복 등 다양한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제품의 경우 단가가 높은데다 실속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업체의 경우 의류 매출의 50% 이상을 PB상품을 통해 올리고 있다. 보석류와 TV, 정수기, 김치냉장고, 컴퓨터 등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넘는 고가의 PB상품도 유통업체의 효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CJ39쇼핑의 경우 올들어 보석 PB상품 매출이 지난해 비해 80~100% 증가했으며 롯데 마그넷의 패션 PB 매출은 지난해 전년대비 471% 증가한데 이어 올해도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 공생관계 정립 뒤따라야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유통사들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인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일부 업체의 경우 수익성을 내세워 지나친 가격 인하, 판매인력 지원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고 있다. 또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은 접대문화나 판매부진을 이유로 어렵게 개발한 제품에 대해 출시초기에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 등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한 조사결과 일부 PB상품의 경우 단순 포장 변경에 불과, 제조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유통업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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