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은행보다 증권사를 통해 투자하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공·사모 전체 펀드판매잔액은 212조7,321억원으로 전체 판매잔액의 65.52%를 차지했다.
은행은 85조7,012억원으로 26.40%에 그쳤고 보험(2.62%)·기타판매채널(5.46%)이 뒤를 이었다.
계좌 수는 은행이 1,035만4,000계좌로 71.75%의 높은 비중을 보이며 372만계좌(25.78%)에 그친 증권사를 압도했다.
펀드계좌 수는 은행이 증권사보다 3배 가까이 많지만 실제로 펀드로 들어온 돈은 증권사가 은행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투자 규모가 큰 투자자일수록 은행보다 전문성이 강한 증권사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윤수 미래에셋증권 마케팅팀장은 "2010년부터 증권사가 펀드 판매잔액에서 은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은행 점유율이 60%까지 올라갔지만 남유럽 사태 등으로 펀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은행보다 자산관리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이어 "저금리로 은행예금에 한계를 느낀 고액자산가들이 증권사로 넘어오면서 소액 적립식 위주의 은행에 비해 증권사로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도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펀드도 일반 예·적금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펀드가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증권사의 전문적인 자산배분 전략에 고액자산가들이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투자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저금리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여 증권사의 비중확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의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주식 및 채권 등 증권형 펀드의 잔액비중은 은행 42.69%, 증권사 48.47%로 비슷하지만 단기금융·부동산·특별자산형 펀드는 증권사 판매잔액이 은행보다 2~8배가량 많다. 김 연구원은 "은행은 계열사 상품 위주로 판매해 증권사보다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며 "자산배분 차원에서 다양한 상품 구성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은행보다 증권사의 포트폴리오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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