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의 주가 흐름이 좋다. 연초 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감 등 대외변수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면서 오락가락하는 대형주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 것도 대형주의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로 수출주 등 대형주의 강세에 힘입어 상승장을 점쳤던 전문가들은 잇따라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중소형주펀드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 14일 전날보다 0.15%(0.76포인트) 오른 522.58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500포인트 아래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 지 한 달 반 동안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연초 이후 4.52% 상승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중소형주의 흐름이 좋다. 올 들어 소형주지수가 6.32% 상승했고 중형주지수는 10.8%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주지수가 4.54%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3.53% 떨어졌다.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지면서 중소형주펀드도 연초 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전체 주식형펀드는 평균 3.75%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은 1.56%로 약세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개별 펀드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자 1(주식)종류C1'가 올해 들어 5.21%의 수익률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자 1(주식)종류C1'는 AJ렌터카와 한솔케미칼, 서흥캅셀, 휴켐스 등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알짜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된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주식)종류A'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출시된지 채 2달이 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초 후 수익률은 4.49%, 설정 후 수익률은 9.12%를 기록하고 있다. 우수한 성과에 힘입어 올 1월 246억원, 2월 42억원으로 꾸준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한화히든챔피언자(주식)종류A가 연초 후 5.1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NH-CA대한민국No.1중소형주[주식]Class A1와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 1(주식)A1도 각각 4.49%, 3.09%의 성과로 수익률 상위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형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Class'와 '삼성중소형FOCUS 1[주식](A)'도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Class'는 올해 들어 1.54%의 수익을 챙겼고 '삼성중소형FOCUS 1[주식](A)'은 1.20%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밸류주식운용팀장은 "중소형포커스펀드는 철저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흔들림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선별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되고 있는 초기 중견기업들이 많아 투자 기회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소형주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면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부터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Class'의 신규 판매를 오는 18일부터 재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현재 상황에서는 중소형주의 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황윤아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적을때는 오히려 대형주들의 변동성이 크고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며 "중소형주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게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주펀드의 경우 대형주펀드에 비해 몸집이 가벼워 포트폴리오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기업의 실적에 따른 종목별 장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에는 올 한해 대형주들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대형주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생각보다 커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형주펀드의 경우 편입비중이 큰 종목을 쉽게 조정하기가 힘든 반면 중소형주펀드는 종목 교체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지난해 정책기대감에 힘입어 상승했던 중소형주펀드들의 성과가 올해에도 좋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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