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개발한 기술자산도 없이 다른 나라와의 원자력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건 한계가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50년 이상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원자력 발전 계획도 없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 등 한국이 직면한 원자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기적 시각의 국가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윤일(66ㆍ사진) 미국 알곤국립연구소(ANL) 연구위원은 5일 과학기술부가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주최한 제11회 울트라프로그램에 초빙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장 박사는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지난 2002~2006년까지 미 국립연구소 부소장까지 오른 인물로 현재 원자력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장 박사는 “현재 중동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 공급을 통제하는 것처럼 앞으로 20~30년 후면 우라늄 자원의 활용을 두고 OPEC과 같은 조정자가 나타날 정도로 원자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도 미국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만큼 이제는 자체 기술을 개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이후 제4세대 원자로 개발을 추진 중인 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에 대해 한국이 공동연구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소한 차세대 원자로만큼은 (과거처럼) 협력만 하자고 하지 말고 자체 기술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2016년께 저장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에 대해 장 박사는 “정부가 2016년까지 시급하게 파이로프로세싱(건식정련처리) 기술개발을 추진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라 기반을 닦아 나가는 것”이라며 “장기 원자력 정책을 먼저 세워놓고 해결하려는 정책 베이스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2016년으로 설정된 기술개발 완료 목표에 대해 “굉장히 야심적 계획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 계획과 산학연 모두가 상부상조하는 문화 토대 속에서 추진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파이로프로세싱은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줄 뿐 아니라 특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는 재처리 기술로 현재 미 알곤국립연구소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장 박사는 “원자력은 원자력 발전뿐 아니라 메디컬ㆍ인더스트리ㆍ농수산물 개량 등 다른 분야에서 창출되는 산업 규모가 더 크다”며 “원자력의 이 같은 혜택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