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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투, 부실債 환매거부 파문
입력2002-03-13 00:00:00
수정
2002.03.13 00:00:00
"곪은곳 결국 터졌다"…'상반기 만기 7조' 촉각
한국투신증권의 부실채권 환매 불가 방침에 대해 투신권 관계자들은 정부의 임시방편식 졸속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 99년 대우채 사태로 촉발된 부실채권들을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CBO 및 하이일드 등 투기채 펀드로 이연, 지금까지 질질 끌고 오다가 결국은 곪아 터져버렸다는 것이다.
"투자손실은 고객이 책임져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는 한투증권과 "투자손실을 보전해준다는 2년 전 약속을 지키라"고 으름장을 놓는 새마을금고. 양측은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나머지 투신사 및 증권사들에도 부실채권 환매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가 또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왜 여기까지 왔나=이번 사태의 발단은 99년 대우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그룹 부도로 휴지조각이 된 대우채를 편입했던 펀드들이 큰 손실을 입자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정부가 상당 부분의 손실을 투신권으로 떠넘겼다. 당시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고객들은 대우채와 상관없이 95%의 원금을 찾아갈 수 있었다.
문제는 대우채로 손실을 입은 판매사와 고객의 피해를 보전해주면서 투기채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CBO 및 하이일드 등을 만들어 불량자산을 넘겼다는 점이다. 즉 처리해야 할 썩은 물건을 없애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편법이었다.
이 때문에 만기 도래한 현시점에서도 역시 썩은 물건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불거진 것이다.
더욱이 예전 같으면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투신사가 손실 부분을 미매각으로 떠안았겠지만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금융기관인데다 금융당국이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어 더이상 과거의 행태를 반복할 수 없는 점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투신은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부담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웠고 고객은 투신사를 믿고 2년 동안 기다려왔는데 그 대가가 고작 환매불가냐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팽팽한 양측 입장=한투증권과 새마을금고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투증권은 우선 세가지 이유를 들어 환매해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우선 개인들과 형평성면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재 한투증권은 99년 프리코스닥 펀드를 만들어 개인들에게 팔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하락으로 지난해 말 환매제한 조치를 취했다.
즉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자산은 환매가 돌아와도 고객에게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역시 팔리지 않는 부실자산을 새마을금고에만 환매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번째로 시가채권평가제도가 시행된 만큼 더이상 부실자산을 회사가 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손실은 고객이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금융기관으로서는 더이상 손실을 책임지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투가 운용한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은데다 부실규모도 얼마 되지 않는 점이 이런 원칙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99년 대우채펀드에 맡겨놓은 돈을 찾아가지 않는 대신 2년 후에 원금은 물론 1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고의 한 관계자는 "99년 대우채펀드에서 손실을 보고 CBO펀드로 전환할 당시 수익률을 10% 이상 보장한다는 약속도 어긴 마당에 맡긴 돈까지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상반기까지 투기채펀드가 7조여원이나 만기 돌아오게 돼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다. 대부분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주고객이다. 이 때문에 LG증권ㆍ삼성증권ㆍ현투증권ㆍ대한투신증권 등이 이번 조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만기 도래하는 1,900억원의 하이일드 펀드 중 400억원이 부실자산"이라며 "다른 증권사와 보조를 맞춰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다른 판매사 역시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만기규모가 워낙 큰데다 고객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아직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있다.
한투증권처럼 환매불가 조치를 내릴 경우 고객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팔짱만 낀 채 방관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한투증권과 새마을금고 모두 피해자인 셈이다.
홍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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