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 아침이 밝았다. 새해는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 만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는 없는 법. 특히 새해에는 유로존 위기와 북한 체제 불안 등 나라 안팎의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그러면 새해 재테크 기상도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새해에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흐린 반면 안정성이 높은 채권과 금 시장은 맑게 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연간 10.98% 하락하는데 그치면서 글로벌 증시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역시 국내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높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보다는 투자매력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국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경제가 부동산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출 감소 등으로 국내 경제 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증시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회복 모멘텀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ㆍ4분기 이후에는 점차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연초에는 유럽 국채 만기가 집중돼 있는데다 유럽 금융권의 자본확충으로 자금경색 가능성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2ㆍ4분기 국내 기업의 이익 하향 조정이 완만해지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점차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 매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성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험요인이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ㆍ4분기에는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걷히기 시작하고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전환되는 2ㆍ4분기 이후에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도 "하반기 들어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을 키웠던 제반 여건들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반기에는 주식형펀드 비중을 축소하고 하반기 증시 여건 개선을 겨냥해 재진입하는 리밸런싱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소수 종목에 압축적으로 투자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보다는 분산투자가 가능한 국내 주식형 펀드가 바람직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서도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펀드와 보수적으로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김대열 팀장은 "성장형펀드는 높은 기대수익률 이면에 높은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가치형ㆍ중소형주형 등 다양한 유형의 펀드 스타일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의 투자 매력도 높지 않은 편이다.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선진국의 경기 둔화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과세혜택을 받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해외펀드에는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만한 수익이 기대되는 해외펀드에 투자해야 하는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흥국 채권은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 강세,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긴축 완화 등으로 중장기 투자매력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욱 현대증권 자산배분팀장은 "올 한해 금융자산관리의 목표는 위험을 줄이는 데 둬야 한다"며 "올 한해 채권 대비 주식 투자 매력도가 중립수준이고 채권대비 현금 매력이 최대 수준이라는 점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고 주식 비중을 낮추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주식:채권:현금성 자산 비중을 56.1:33.9:10.0으로 제시했다.
금리 환경 역시 채권 투자에 우호적일 전망이다. 대외여건의 전개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명분과 인하명분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 이어지겠지만 대외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금리 인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상반기 중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개입이나 유로본드 도입 등 구체적 해결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고 시장의 신뢰가 형성된다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면서 초저금리 환경에 노출돼 있던 시중자금이 급격하게 투자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품시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산별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투자매력은 높아지는 반면 농산물ㆍ원유는 상승ㆍ하락폭 모두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전자산이자 투자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8월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던 금값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1,550달러 부근에 머물고 있다. 덕분에 가격 메리트는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금은 안전자산이자 투자자산으로서 반드시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며 "각국 중앙은행과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금 수요 증가, 인플레 헤지 자산으로서의 투자매력 등이 부각되면서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원유의 경우 최근 이란-이스라엘 사태가 국제 유가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데다 경색된 수급상황으로 추가하락은 제한적이겠지만 경기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