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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태풍과 그린벨트
입력1999-08-04 00:00:00
수정
1999.08.04 00:00:00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이스터(EASTER)섬엔 거대한 석상(石像)들이 바닷가에 줄지어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없다. 120평방 킬로미터의 섬에 1,000여개의 석상들이 있고 어떤 곳엔 방금 작업을 마친 듯 미완성 석상과 작업도구들이 널려 있다.한때는 사람도 많이 살고 번창했던 섬이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문명이 일시에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 수수께끼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으나
최근의 연구로는 자연파괴에 의한 문명멸실론이 가장 유력하다. 사람들이 늘다보니 주변의 숲들을 마구 베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계의 생태고리가 깨져 어느 날 온 섬을 삼키는 재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흔히 신의 노여움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무분별이 저지른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수수께끼에 싸인 이스터섬의 석상은 신비한 관광용품으로 쓰이지만 인간의 무지와 과욕에 대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자연은 파괴되도 어느 정도까지는 복원력이 있지만 정도가 넘으면 문명파괴로 보복한다. 근년 들어 지구상엔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어느 재해보험회사가 집계한 98년 자연재해 피해액은 무려 900억달러가 넘어 97년의 세배에 달했다. 사망자만도 5만명. 과거 10년간의 최고기록이다. 재해의 규모도 커져 중국 대홍수는 300억달러의 피해액을 냈고 중남미 태풍은 사망자가 2만명이 넘었다.
지구촌의 재해는 올해 들어서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대홍수가 났고 미국은 큰 한발에 시달리고 있다. 동남아나 남미도 마찬가지다. 지구촌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자연의 보복일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여름의 집중홍수와 이상기후에 이어 올해는 집중호우에다 태풍까지 겹쳤다. 장마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해 기상이변을 실감케 한다. 바다엔 백회(白灰)현상이 심하고 최근엔 작은 지진마저 빈발하고 있다.
태풍후 열린 국회에선 정부가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성토가 대단했지만 이런 엄청난 재해에 무슨 대책이 있을까. 평소 자연파괴를 쉽게 생각한 결과가 아닐까.
지금도 지역개발이란 이름 아래 멀쩡한 숲과 나무들이 마구 파헤쳐 지고 있다. 또 그린벨트도 많이 풀고 있는데 이것들이 몇년 후엔 또 다른 자연재해를 가져올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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