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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팬택

이통3사 "출자전환 거부" 고수

채권단, 14일까지 연장 입장… 이통사 "제3의 대안 없다"

법정관리 땐 청산 불가피

당국 "이통대기업 중기 외면… "통신사 책임론 불거질 듯

8일 이동통신 3사가 이날 채권 출자전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마포구 상암동 팬택 상암 사옥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동통신 3사가 8일까지 채권 출자 전환에 동참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위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제조사로 출발해 벤처신화를 일군 팬택은 이에 따라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 팬택 지원 불가 고수= 8일 금융당국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팬택 채권의 출자전환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채권단은 이통사들에 이날까지 팬택 채권 1,800억원의 출자전환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통 업계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8일까지 출자 전환 의사가 있을 때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3사 모두 출자 전환에 대해 부정적이고, 이 입장이 바뀌지 않아서 따로 채권단에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으면, 사실상 거부의사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며 "이통사들의 희생 없이는 채권단도 팬택의 채권만기를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팬택 지원도 중단되며, 팬택은 유동성 부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은 이통사들이 출자전환과 유사한 수준의 대안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오는 14일까지 워크아웃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은 '제 3의 대안'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이통 업계 고위 관계자는 "14일은 채권단의 이야기"라며 "이통사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이통사 출자 전환을 배제한 '플랜 B'를 놓고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팬택 법정관리가 시장 등에 미칠 파장이 커서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플랜 B' 역시 뾰족한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신사 책임론 불거질 듯 =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팬택 채권 1,800억원의 출자전환은 팬택 생명연장을 위한 일종의 '약속어음'이다. 채권단은 이통사들에 이 약속어음의 발행을 요청한 반면, 이통사들은 이를 거부한 것이 이번 팬택 사태의 본질이다.

이는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의 기형적 구조에 기인한다. 현재 휴대폰 유통은 사실상 이통사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휴대폰을 사들인 뒤 자신들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해 휴대폰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새 휴대폰을 특정 이통사를 통해 먼저 출시 하거나 판매 장려금을 차별 지급하는 방식을 구사한다. 하지만 브랜드와 자금력에서 밀리는 팬택은 사실상 휴대폰 판매를 이통사들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통해 팬택의 주요 주주로 팬택의 휴대폰을 꾸준히 사들이겠다는 '약속어음' 을 받아내지 않고는 팬택의 생명연장이 불가능 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반대로 이통사들은 팬택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팬택의 주요 주주가 될 경우 팬택의 휴대폰을 꾸준히 매입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손실만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팬택의 법정관리는 곧 '청산 내지 파산'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통 3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의 휴대폰을 사들일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통신 대기업들이 국내 유일의 중소 휴대폰 업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할당받아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통신 대기업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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