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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간 ‘인생역전 꿈’ 허탈
입력2003-02-09 00:00:00
수정
2003.02.09 00:00:00
홍준석 기자
`한 겨울 밤의 꿈이었나`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로또잔치`가 100명중 3명꼴의 당첨자를 낸 채 막을 내렸다. 그나마 1등 당첨금 835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한 사람이 독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위안을 삼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과 긴 한숨을 내 보이며 `한탕 대박잔치`를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로또복권 운영자측은 1등이 여러 명 나온 데다 이번주부터 당첨금 이월 횟수가 2회로 제한돼 로또 열풍이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당첨금 규모가 여전히 수십억원을 넘고, 로또복권 구입 붐이 점차 습관화되는 현상까지 있어 열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 구매 100명중 97명은 꽝=지난 10회차 로또복권 판매금액은 총 2,600억원으로, 게임(한게임당 2,000원) 수는 1억3,000만 건이다. 이중 1등부터 5등까지 총 당첨자 수가 412만 명으로 당첨확률은 3.1%다. 즉 100명 중 97명은 낙첨됐다는 것이다. 물론 1인당 1게임 이상 구매했다고 보면 1인 당 당첨확률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투자비용을 놓고 볼 때는 극히 비정상적인 투자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814만분의 1의 1등 당첨확률을 뚫고 13명이나 1등에 당첨된 것을 보면 1등 독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운영자측은 “확률상 1억3,000만 게임에선 1등 당첨자가 15명 정도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수천만명의 로또 참가자 중에서 한 사람이 835억원을 챙길 수 있는 확률은 4조분의 1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주일 속앓이`허탈감 넘어 충격=일주일간의 광란이 끝난 뒤 대다수 복권 낙첨자들은 허탈감을 넘어 충격에 휩싸였다. 40대 실직가장이라는 한 네티즌(stersgi)은 “300만원을 대출 받아 로또복권을 구매했지만 고작 4등 8개, 5등 13개 당첨됐다”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생전 처음 복권을 샀다는 가정주부(아이디 sym6777)는 “평소에 10원도 가계부에 적다가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남편 몰래 10만원을 투자 했지만 간신히 1만원을 건졌다”며 “앞으로 복권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간 희망에 부풀어 지냈다는 한 대학생은 “구름위로 붕 떴다가 추락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인터넷에는 “사행심조장과 함께 국민사기극을 펼치는 정부는 당장 로또복권제를 폐지하라”(yune9306),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pygoo101),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pt9999) 등의 반응도 나왔다.
◇로또 열풍 지속될까=한 사람이 835억원을 거머쥐는 `초대형 대박`이 터지지 않아 대박 열기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운영자측은 보고 있다. 특히 당첨금 이월횟수가 2회로 제한, 엄청난 `판` 이 벌어지기 어려운 점도 로또 열풍의 진정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국적인 로또 과열양상과 사행심리가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1만원짜리 고정상금을 타는 5등 당첨자가 340만명으로, 이들 대다수가 재구입할 가능성이 높아 판매액이 일정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1등 당첨자가 13명이나 나온 점도 오히려 소액구매자가 복권을 더 사도록 부추키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로또 열기가 진정되면서 당첨금이 40억∼50억원 수준이더라도 한차례 이월되면 100억원, 2차례 이월되면 200억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로또의 매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제도 개선돼야=허탈감과 함께 이번 추첨 뒤에 나온 또 다른 지적은 로또복권을 더 이상 현행처럼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30%의 공익기금을 비롯해 판매액의 50%를 떼고, 당첨금도 22%를 세금으로 제외하면 투자대비 환급액이 너무 적다는 게 복권구매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말 많은 경마도 72%를 당첨금으로 돌려준다. 특히 게임당 대비 총당첨금 확률이 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과 1등에게 당첨금이 몰리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횡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로또구입을 할 수 없다. 여기에 로또복권 발행 자체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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