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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몽헌회장 단일체제' 이후
입력2000-03-27 00:00:00
수정
2000.03.27 00:00:00
연성주 기자
정주영(鄭周永·왕회장)명예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현대그룹의 내홍이 진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정몽헌(鄭夢憲·MH)회장의 현대호의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왕회장이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함에 따라 정몽구(鄭夢九·MK), 몽헌 회장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사태를 계기로 현대그룹의 핵분열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부문은 독립그룹으로의 변신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는 이번 사태로 그룹의 존립자체가 뒤흔릴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으며 이를 회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재벌개혁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 현대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태의 전말=이익치 인사파문으로 촉발된 MK-MH간 경영권 분쟁 사태는 지난 98년 MH가 그룹 공동회장에 취임했을 때부터 예고됐었다. 그동안 양진영은 무주공산격인 금융부문의 관할을 싸고 보이지 않는 갈등을 보였다. MH가 출장나간 틈을 이용해 MK측에서 선제공격을 했다가 귀국한 MH에게 대권까지 빼앗긴 실패한 쿠데타라고 볼수 있다.
결국 왕회장이 사업능력에 있어서 MK보다 뛰어난 MH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가 수습된 것이다. 그동안에는 왕회장이 외부에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채 양측이 서로 자신이 유리한 주장을 거듭함으로써 혼란을 빚었다.
그러나 왕회장이 직접 나서서 양측간 분쟁을 매듭지음으로써 종전과 같은 반전은 없으리라는 분석이다.
◇MH의 과제=MH는 떨어진 그룹의 위상과 사내 분위기 추스르기가 관건이다. 또 현대 그룹의 미래비전을 마련하는 일도 급선무다.
정부의 재벌정책을 강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재계의 따가운 눈총도 또 하나의 부담이다. 이를 위해 현대는 다른 그룹보다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전문경영인체제를 앞당길 전망이다.
여기에 MK는 MH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MK와 갈등이 지속될 경우 그룹 경영은 물론 앞으로 이뤄질 상속문제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태로 현대의 대외신뢰도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27일 증시에서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은 현대증권 등 1~2개 종목을 제외하곤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가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말로만 「주주중심 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경영 행태 및 제도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우선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가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룹회장 중심이 아닌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그룹화 가속화=MH가 그룹의 법통을 잇게 됨에 따라 MK가 자동차부문을 이끌고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모양새가 된다. 즉 그룹이 MK-MH로 분할되는 것이 아니로 MK가 그룹에서 분가하는 것이다. 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크게 3개로 나뉠 예정이다.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는 6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차부문의 조기계열분리 여부와 관련, 『원칙대로 한다』고 말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동차 소그룹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캐피탈, 현대오토넷 등 5개사가 있다. 현대차가 최대주주인 고려산업개발이 자동차 부문으로 갈지, 건설부문으로 가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MH는 전자와 건설, 금융·서비스부문을 모두 맡으며 현대를 대표하게 된다.
전자부문의 경우 현대전자,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정보기술 등 3개사, 건설부문에서는 현대건설, 현대아산 등 2개사, 금융·서비스부문에서는 현대종합상사,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투자신탁증권, 현대투자신탁운용, 현대물류 등 12개사가 소속돼있다. 3개 소그룹이 현대의 모그룹을 형성하면서 MH가 관장하게 된다. 금융부문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2개사가 있으며 왕회장의 6남인 정몽준(鄭夢準) 고문의 몫이다.
MH가 단독회장에 취임함에 따라 오는 2003년 현대그룹이 3개 소그룹으로 부분리된 이후에도 현대가의 대표역할을 하게 된다.
연성주기자SJYON@SED.CO.KR
입력시간 2000/03/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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