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울어버릴 수도 있지만 울지 않겠다. 세계 1인자와 맞붙어 팽팽하게 대결을 했고 이번을 경험으로 다신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연장전에서 아깝게 패한 앳된 소녀 김인경(19)은 당차게 소감을 밝혔고 대회장 인터뷰 룸에 앉은 현지 기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챔피언이 아닌 준우승자가 공식 인터뷰에서 박수를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루키’ 김인경이 우승 세리머니는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인상적인 플레이와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으로 또 한명의 예비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인경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CC(파72ㆍ6,328야드)에서 열린 웨그먼스LPGA 최종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선두 오초아에 1타 뒤진 채 출발한 김인경은 버디 4,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1타를 잃은 오초아와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동률을 이뤘으나 연장 두번째 홀에서 보기를 범해 생애 첫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다.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내며 이름을 각인시켰지만 정규라운드 18번홀(파4) 보기는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었다. 16번홀까지 3타차로 역전했다가 재역전을 당했기에 더욱 뼈아팠다. 17번홀(파5)에서 이글을 맞았어도 1타차 여유가 있었던 김인경은 18번홀에서 1.5m의 파 퍼트를 남겼지만 볼이 홀을 돌아나오는 불운 탓에 동률을 허용하고 말았다. 반면 퍼트 실수를 수 차례 저지르며 뒷걸음질하던 오초아는 17번홀 7m 이글 퍼트 성공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지금까지 4차례 연장전에서 모두 패했던 징크스에서 벗어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이날 3언더파로 분발한 김미현(30ㆍKTF)도 김인경이 선두였던 15번홀까지 1타차 2위까지 올랐다가 18번홀 보기로 연장 합류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장정(27ㆍ기업은행)은 4타를 줄여 공동5위(5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김인경은 한영외고 1학년 때인 2004년 동갑내기 신지애(19ㆍ하이마트) 등과 함께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 미국으로 건너간 2005년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제패로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최혜정(23ㆍ카스코)과 공동수석으로 합격했다. 올 시즌 초반 6개 대회에서 4차례 컷 탈락했으나 지난 5월 코닝클래식 공동4위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 ‘톱10’에 입상하며 코리안 군단 신예 그룹의 대표 주자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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